매일신문

"이마 갈매기, 친구들은 지웠대∼" 60代 '회춘성형' 뜬다

주름, 연륜의 상징에서 외모의 적으로

영화
영화 '은교' 포스터 이적요(박해일 분)와 은교(김고은 분)의 극명한 주름 대비.

70대 노시인 이적요(박해일 분)가 자신의 벗은 몸을 전신 거울에 비춰 본다. 쪼그라진 몸 곳곳은 힘없는 주름으로 가득하다. 늙음에 대한 자괴감에 얼굴도 이내 주름으로 일그러진다. 곧바로 이어지는 10대 소녀 은교(김고은 분)의 주름 하나 없는 매끈한 얼굴. 이적요가 그토록 갈구하는 젊음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은교'의 초반부 장면이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늙음과 젊음은 피부 주름을 통해 극명하게 대비된다. 실제로는 30대인 박해일은 하루 8시간 특수 분장으로 몸에 주름을 새기고 70대 노인을 연기했다. 다시 특수 분장을 떼어 내는 데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극 중에서 늙음과 젊음의 갈등은 이야기를 파국으로 이끈다. 주름이 그 주범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주름이 화두다. 영화처럼 파국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욕망의 소재로 삼고, 감추거나 지우려 부단히 애쓴다. 도대체 주름이 뭐길래.

◆주름, 주름, 주름

피부 주름은 피부 탄력을 유지시켜주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감소하면서 나타난다. 특히 눈가나 입 주위는 유분이 적고 표정에 따른 움직임이 많아 주름이 더 잘 생긴다. 그 종류는 참 많다.

먼저 부위와 모양별로 이름 붙여진 주름들이다. 미간 주름, 이마 주름, 콧등 주름, 입술 주름, 목 주름, 팔자 주름, 까치발 주름, 인디언 주름, 고양이 주름…. 미간에 있다고, 이마에 있다고, 콧등에 있다고, 입술에 있다고 이름 붙여진 주름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얼굴이 아닌 목에 있는 주름을 가리키는 명칭도 있다. 그다음부터 아리송해진다. 팔자 주름은 코 양옆에 한자 '여덟 팔'(八) 자로 생긴 주름을 가리킨다. 요즘 TV에서 연예인들이 팔자 주름을 카메라에 들켜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까치발 주름은 눈꼬리에 진하게 주름이 잡혀 그 색깔과 모양이 까치발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것이다. 인디언 주름은 눈 밑에서 사선으로 뺨 쪽으로 피부가 보조개처럼 함몰된 모양이 인디언 문신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양이 주름은 인디언 주름과 동의어다.

연령대별로 주름의 변천사를 설명하기도 한다. 선천적으로 주름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노화가 진행되면서 피부 또는 피부와 뼈 사이의 지방 근육이 변화하며 주름이 생겨난다. 20대에는 주름이 거의 없는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지만 팔자 주름 정도는 생겨날 수 있다. 30대가 되면 눈가와 미간에 주름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40대에는 눈가 주름이 깊어지면서 이마의 주름도 눈에 띄게 많아진다. 여기에 볼 살이 처지기 시작하고 팔자 주름은 더 이상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 50대는 이마, 미간, 눈가 등 얼굴 전체의 주름이 깊어지면서 주름이 고정되는 시기다. 게다가 귀 앞부분과 코 옆주름도 깊어진다. 60대에는 모든 주름이 얼굴을 지배하고, 특히 목 주름은 나이테처럼 피부에 자리 잡는다.

주름에 대한 우스갯소리 같은 설명도 있다. 이마 주름은 무엇인가에 집중할 때 생기고, 윗입술의 세로 주름은 흡연자들에게 많이 생기고, 입술 꼬리 주름은 슬픔과 고민이 만든다는 것. 세상 사람 누구든 주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말일 것이다.

◆주름 잡는(?) 시장

이렇듯 주름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높다는 것이다. 그 증거는 최근 피부 주름 관련 화장품 및 성형수술 시장의 성장세다.

화장품 시장은 주름 개선 제품이 2010년부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2010년 생산된 기능성 화장품 8억6천만 개 중 주름 개선 제품이 2억6천만 개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주름 개선에 미백 기능까지 더한 복합 기능성 화장품도 2억2천만 개로 26%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피부 주름 성형수술(시술)도 대중적인 성형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 한 해 성형수술 시장 규모는 5조원이 넘고, 연 35만여 건 이상의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세는 '미인 성형'보다는 '회춘 성형'이라는 분석이다. 코를 높이고 광대뼈를 깎아 예뻐지려는 젊은이들 위주의 미인 성형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노화의 신호인 주름 등을 개선해 젊게 보이고픈 중장년층 위주의 회춘 성형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 부모님 선물로 현금의 뒤를 이어 회춘 성형이 뜨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게 주름을 감추거나 지우려는 관심은 전세대로 퍼져 나가고 있고, 화장품 시장은 주름 예방과 관리를 원하는 수요를 기반으로, 성형 시장은 주름 예방과 관리의 역부족을 단번에 해결하려는 수요를 기반으로 동반성장하고 있다.

◆주름, 외모의 적

최근 놀라운 피부 주름 관리 행태가 나타났다. 지난달 모 케이블방송에 등장한 '다리미녀' 장 모(33) 씨가 그 주인공이다. 주름 하나 발견할 수 없는 동안 미모를 자랑한 장 씨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스팀다리미에서 나오는 스팀으로 얼굴과 온몸을 다린다"고 해 시청자들을 경악시켰다. 얼굴은 물론 손, 목, 겨드랑이, 뱃살 등 온몸의 주름을 스팀다리미로 관리한다는 것. 또한 장 씨는 "유명 스타들이 자주 드나드는 피부과에서 꾸준히 관리를 받으며 한 달 300만원가량을 쓴다"고 털어놨다.

다리미녀만큼 놀랍지는 않지만 평범한(?) 주름과의 전쟁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김지현(33'여) 씨는 결혼식 1주 전 이마에 보톡스주사를 맞았다. 보톡스 시술은 소량의 보튤리늄 독소를 주름 부위에 주사해 일시적으로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 개선 효과를 얻는 방법이다. "주름 없이 봉그란 이마를 만들어 결혼식 사진 촬영에 임하라"는 시어머니의 지원 덕분이었다. 김 씨는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에 젊고 예쁘게 보이고 싶어 흔쾌히 보톡스를 맞았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도 결혼식 전에 보톡스는 물론 얼굴 윤곽을 교정하는 성형수술, 피부 색소침착 완화 등 패키지 미용 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성은(27'여) 씨는 "직장에서든 친목 모임에서든 어딜 가나 외모가 나를 나타내는 도구인 시대에 노화의 바로미터인 주름은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다리미녀나 일부 연예인들처럼 과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본다. 네일숍에 손톱 관리 받으러 가듯이 가볍게 관리하고 만족감도 얻을 수 있다면 오히려 사회 전체 분위기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범한 주름 관리조차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게 되자 고민도 많아졌다. 직장인 박모(37'여) 씨는 "수입 화장품과 달리 우리나라 화장품은 무려 20대부터 연령대별로 스킨, 에센스, 로션, 크림, 아이크림 등을 주름 개선 세트로 묶어 판매한다"며 "화장품회사에서 내 나이에 주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큰일이 난 것처럼 광고를 하니까 너도나도 위기의식에 제품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최근 60대인 아버지가 갑자기 주름을 입에 올려 놀랐다고 했다. "아버지가 한 날은 거울 앞에 서더니 '나도 참 많이 늙었다'고 했어요. 알고 보니 친구들이 줄지어 갈매기(이마 주름)를 없애는 수술을 받았다는 겁니다. 결국 아버지도 수술을 받았어요. 엄마와 저는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비싼 주름 제거 수술을 말입니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마 주름을 펴기 위해 보톡스 시술을 받은 전후로, 남성들도 준엄한 늙음의 상징으로 여기던 주름을 지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남성 성형 시장은 매년 15%가량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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