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력 끊길까봐 부채 꺼낸 공장

산업현장 전력수요 비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구경북 지역 산업계가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6일 경창산업 사무실 직원들이 전기를 아끼려고 에어컨 가동을 중단한 채 부채질을 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구경북 지역 산업계가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6일 경창산업 사무실 직원들이 전기를 아끼려고 에어컨 가동을 중단한 채 부채질을 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블랙아웃을 막아라!'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 대구경북 지역 산업계가 전기 절약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전력 수요 급증에 따라 예비전력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발생한 정전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 기업들은 작은 것에서부터라도 전력 사용을 줄여야 한다며 앞다퉈 절약에 나서고 있다.

◆예비전력 하락에 블랙아웃 걱정

지난해 9월 15일 전국에 걸쳐 지역별로 30분씩 순환 정전이 실시됐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수요가 몰려 예비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정전으로 인해 전국 수백 개 기업이 생산이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그때 정전 피해로 생산이 중단된 것은 물론 불량도 급격히 늘어났다"며 "이번 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행여나 지난해처럼 정전이 다시 발생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실제 23일 순간 최대 수요전력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26일까지 나흘째 최고치가 경신되면서 지역 산업계는 신경이 곤두섰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6일 오후 1시 50분쯤 전국 전력수요는 순간적으로 7천335만㎾까지 올랐다. 예비전력은 367만㎾(5.0%)로 떨어졌다. 대구경북 지역도 25일 하계 순간 최대 수요전력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순간 최대 수요전력이 오르고 예비전력이 떨어지자 지역 산업계는 전기 절약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발생한 블랙아웃이 다시 발생할까 두려움에 빠져 있다. 특히 지난해 전력대란 이후 정부가 취한 강제적 전력 사용 제한 조치가 다시 일어날까 걱정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전력대란 이후 정부의 강제 절전 조치로 손해를 본 업체들이 부지기수"라며 "업체들은 전력대란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 사용량을 줄여라!

제2의 대규모 정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는 각양각색의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지역 산업계가 전기를 아끼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에어컨 가동 중단. 제조현장의 전기 사용을 줄이기 어려운 만큼 일반 사무실에서는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는다'는 분위기다.

한국델파이는 에어컨 가동 가능 온도를 높여 잡았다. 유해천 이사는 "외부기온이 30℃를 넘어서면 에어컨을 틀었는데 요즘은 아침부터 이 온도를 넘어서고 있어 '불쾌지수 80 이상'이라는 조건을 더 달았다"며 "생산라인의 전기를 아낄 방법이 없으니 사무실이라도 전기를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삼익THK는 사무실에 최대전력 감시제어장치를 설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전력이 지정한 양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전력 공급이 차단되도록 했다. 사무실 컴퓨터의 경우 시스템을 수정해 대기전력 없이 일정시간 사용이 중단되면 자동으로 꺼지도록 했다. 또 지난해 전력난 이후 7천만원을 들여 회사 조명을 모두 고효율 LED로 교체했다.

진영환 회장은 "이 밖에도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 절약 비상 대책을 수립, 점심시간 동안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줄이는 한편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전기절약 아이디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전력 피크시기를 피할 수 있도록 휴가기간도 조절했다. 성서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은 전력 사용이 몰리는 7월 말부터 휴가에 돌입한다. 자동차부품과 섬유업계가 서로 휴가를 겹치지 않도록 조절함으로써 전력 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염색업계는 한국염색공단이 전력 피크 시기에 설비 점검에 들어가면서 일제히 휴가에 돌입한다.

대구상의 김동구 회장은 "소속 회원사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 운동' 참여를 권유하는 한편 전력사용량이 많은 피크시간대 전력 사용을 억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전력 대란을 막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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