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유독성 취급업체 관리 전담부서 왜 없나

"불산, 염산, 혼산, 염소가스까지… 자고 나면 맹독성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터지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요."

맹독성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6개월 사이에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3건이나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시민들은 구미국가산업단지 내에 136개 사가 맹독성 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언제 또다시 대형사고가 터질지 모르겠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미가 자칫 '사고도시'란 오명을 받을 우려도 있다.

화학물질 누출사고는 일단 터졌다 하면 인명뿐만 아니라 대기, 수질, 토양 등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

최근 이 같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행정'환경당국은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과 안전관리에 허점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 맹독성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터질 때마다 행정'환경당국은 요란스럽게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공염불로 돌아간 셈이다.

맹독성 화학물질 사고를 막으려면 구미처럼 취급업체가 밀집된 지역은 지방자치단체에 이를 전담하는 부서 신설이 시급하다.

지난해 9월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와 이달 2일 LG실트론 혼산(불산, 질산, 초산을 혼합) 누출사고는 환경위생과 담당이었지만, 5일 발생한 구미케미칼 염소가스 누출사고는 과학경제과가 소관 업무다.

이처럼 맹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체들의 관리가 성격에 따라 담당 부서가 나뉘다 보니, 화학물질 사고 때 대응'관리 부실이 매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환경위생과는 환경업무와 위생업무를 함께하기 때문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구미시에는 맹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전문가도 사실상 없는 상태이다.

지난해 9월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때 구미시는 불산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직원이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고 당시 '붕산이 폭발했다'고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출 전진기지로 한국 경제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했던 구미가 '화약고'란 오명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도시란 이미지를 되찾으려면 맹독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136개 사에 대한 사고 위험성'대응 역량 등 안전진단과 안전교육을 담당할 전담 부서가 필요한 때이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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