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 모리모토의 한·일 이야기] 저출산에 고민하는 일본

최근 일본에서는 아이들의 왕따와 교사의 체벌로 인한 자살이 큰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현역 여자 유도 선수가 국가 대표팀 감독의 체벌을 고발해, 감독이 사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지도자의 자질이 논란이 되고 있으며, 몇 년 전부터 부모의 자녀 학대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어 친권이 박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동 학대가 늘어난 원인의 하나는 육아에 대한 부모의 스트레스입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엄마 혼자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여 육아 노이로제에 걸리는 젊은 엄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나도 올해 여섯 살과 한 살배기 아이의 육아로 매일 분주합니다.

지금 일본에는 소아과와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합니다. 특히 지방 도시에는 산부인과 병원이 없는 지역도 있습니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히로시마 시에서는 그런 문제는 없지만, 장남을 출산한 산부인과는 매우 인기가 있어 임산부가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반나절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둘째를 출산한 산부인과는 개인 병원이었으며, 병실이 부족해 출산 후 간호사 당직실에서 2, 3일을 보내야 할 정도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임신 중 체중 증가를 매우 엄격히 체크합니다. 임신 중 체중 조절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식이요법을 가르칩니다. 체중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임신 중독증과 같은 질병에 걸리기 쉬우며, 출산 때도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산부인과에서는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임신부를 위한 요가와 에어로빅 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출산 후에도 베이비 마사지와 영어 리듬 놀이, 그림책 읽어주기 등을 실시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저출산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육아 지원책이 강화되고, 불임 치료나 출산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히로시마에서는 출산 비용으로 42만 엔(한화 485만 원)이 지급됩니다. 공립 산부인과에서 출산하면 이 금액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호텔 같은 병실에서 숙식을 하면서 다양한 미용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고급 개인 병원에서 출산하면 이 돈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최근 일본의 유명 탤런트가 한국의 고급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호텔 같은 고급 산부인과가 인기 있는가요?

일본에서는 출산 후 육아와 관련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히로시마는 비교적 서비스가 충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먼저 구청에 출생 신고를 하면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해주며, 얼마 안 있어 정기 검진을 받으라는 통지서가 날아옵니다. 또 희망자에게는 보건사(保健師)가 집을 방문해 아기의 건강상태를 살펴 봐주고 육아 상담도 해줍니다. 식료품 등 쇼핑이 어려운 사람은 택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기가 목을 세울 수 있고 외출이 가능해지면, 주민센터나 사회단체가 실시하는 육아 모임에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모임에 참가하면 경험이 많은 어른이 자원봉사로 젊은 엄마들에게 육아에 대해 조언을 해줍니다. 그리고 젊은 엄마들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합니다. 이유식은 언제 해야 하는지, 밤에 아이가 울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아과는 어디가 좋은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건강 진단과 예방접종은 무료입니다. 독감 등 선택적으로 받는 것은 유료인 것도 있습니다. 소득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히로시마의 경우 의료비는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무료이며, 자녀 수에 따라 월 5천 엔에서 1만5천 엔의 수당이 지급됩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노인 복지를 강조했으나, 저출산과 젊은 층의 저소득화가 진행되면서 육아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의 순위가 발표되기도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에서는 앞으로 지역 간에 젊은 세대를 유치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모리모토 카즈에(森本和惠·생활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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