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에 발표된 작가 이청준의 중편소설 '소문의 벽'은 삶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작가가 글을 쓰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고 있다. 언어의 자유가 차단된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사회병리적 현상을 인간 의식의 병리 현상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소문(所聞)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전하여 들리는 말'을 뜻한다. 그것은 진실성 여부에 관계없이 우발적이며 비조직적인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 연쇄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래서 소문은 흘러가는 동안 그 출처가 흐려지고 내용도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경향이 많다.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 널리 퍼지는 근거 없는 소문을 '유언비어'(流言蜚語)라고 한다. 유언비어는 일방적 커뮤니케이션만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유언비어는 반드시 의도적인 날조나 허위의 정보가 아니라는 점에서 데마고기와는 또 다르다.
'데마고기'(demagogy)는 민중의 의식을 조작하기 위해 의식적'의도적으로 유포시키는 허위 정보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데마고기는 따라서 왜곡(歪曲)과 중상(中傷)을 일삼으며 선동적인 경우가 다분하다. 대중의 감정을 부채질해 일정한 행동 대열에 참여하도록 고무'격려하는 행위를 '선동'(煽動)이라고 하는데, 이를 사회운동 전체의 관점에서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이 레닌과 히틀러였다.
오늘 우리 사회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 같이 커뮤니케이션의 회로가 자유롭지 못하지는 않다. 오히려 백화제방(百花齊放) 백가쟁명(百家爭鳴)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년을 맞아 그동안 반대 세력들이 내세웠던 온갖 악의적 데마고기와 선동적인 괴담들이 모두 허구였음이 드러났다. 소문이 의도와는 달리 생사람을 잡는 경우가 있다면, 데마고기나 선동은 여론을 교란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회의 큰 악(惡)이다. 하지만 그 책임 소재는 잘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에 이르기를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라고 했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넓어 성긴 것 같지만 새는 곳이 없다'는 뜻이다. 한때 사람과 세상을 속이고 잘 숨은 듯싶지만, '하늘의 그물'(天網)은 결코 속이고 빠져갈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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