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한민국 뒤흔드는 동영상의 '두얼굴'

범죄예방 일등공신...협박등 범행도구 되기도

사회 지도층을 대상으로 한 성 접대 의혹이 담긴 2분 30초짜리 동영상 하나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권력과 로비, 성(性)이 한데 얽힌 성 접대 의혹 동영상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회 곳곳에 파고든 동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폐쇄회로(CCTV), 블랙박스 등에 찍힌 동영상이 범죄 예방, 비리 고발 등 사회 감시망 역할을 톡톡히 하는 반면 동영상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는 물론 범죄에 악용되는 등 그늘도 적지 않은 실정. 알고 찍혔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찍혔거나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긴 동영상이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동영상, 범죄 해결 '일등공신'

경찰에 따르면 CCTV와 블랙박스에 찍힌 동영상이 범인 인적 사항 확인, 범인 이동 경로 확인 등 범죄 해결에 공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26일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성을 모텔로 유인한 뒤 피해자 몰래 지갑에 든 현금 30만원을 훔쳐 달아난 가출 청소년 2명을 붙잡았다. 이들의 범행은 모텔 안에 설치된 CCTV에 도주 모습이 찍혀 덜미가 잡혔다.

지난해 3월에는 대구 달서경찰서가 블랙박스에 찍힌 절도범의 영상을 확보해 오랫동안 답보 상태를 보이던 사건 해결에 성공했다. 경찰에 따르면 A(31) 씨는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대구 달서구, 수성구 일대 식당을 돌며 40차례에 걸쳐 1천68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A씨의 범행은 일 년이 넘도록 계속됐지만 모자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 철저한 범행 준비를 해 경찰은 신원 확인조차 못 하고 있었다. A씨를 붙잡게 된 계기는 한 편의 블랙박스 동영상. 대구 달서구의 한 식당 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는 장면이 블랙박스에 포착된 것이다. 경찰은 블랙박스에 찍힌 인상착의를 토대로 마침내 범인 검거에 성공했다.

블랙박스 동영상은 도로 위 교통사고나 접촉사고 해결사 역할도 맡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상대방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운전자가 잘못을 바로 시인하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인한 분쟁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운전 중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을 단속하는 데에도 블랙박스나 휴대전화 동영상이 이바지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운전 중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43건으로 이 중 41건이 블랙박스나 휴대전화에 찍힌 담배꽁초 투기 장면 신고에 의해 적발된 것. 약국의 위법 행위 적발에는 '팜파라치'의 활약이 크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대구지역 팜파라치 신고 건수는 50건이다. 대구시 보건과 관계자는 "팜파라치들은 모자, 안경 등에 부착된 초소형 카메라로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판매하는 장면 등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건소에 신고한다"고 말했다.

◆동영상으로 인한 폐해도 속출

약점이 찍힌 몰래카메라 동영상 때문에 협박을 당해 금품을 빼앗기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해 9월 약국의 위법 행위를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뒤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약사를 협박해 모두 7차례에 걸쳐 2천700만원을 받아 챙긴 B(35)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한 대구 성서경찰서는 올 1월 배우자 등을 뒷조사하는 대가로 C(32'여) 씨 등 15명의 의뢰인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심부름센터 업주 D(42) 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결과 D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불륜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몰래 찍는 방법 등으로 불륜 입증 자료를 만들어 의뢰인 15명에게 각각 50만~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목욕탕, 화장실 등 개인적인 공간에는 CCTV, 카메라 등 고정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할 수 없다. 공공기관이나 카페'사무실 등 공개된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할 땐 반드시 화면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눈에 띄는 곳에 카메라 설치 안내문을 게시하는 것도 필수다.

문제는 USB, 볼펜, 안경 등으로 위장한 초소형 카메라와 고성능 카메라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 현재 초소형 카메라는 전자제품으로 분류돼 판매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데다 크기가 워낙 작아 촬영 낌새를 눈치 채기 어려워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초소형 카메라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노리는 성범죄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해 5월 대구시내 식당과 커피숍 화장실 등의 벽과 문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E(36) 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E씨가 범행에 사용한 몰래카메라는 동작감지센서가 부착돼 있는 고성능 카메라였다.

대구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초소형 카메라의 크기가 워낙 작아 몰래카메라에 찍히고 있어도 피해여성이 감지하기가 어렵다"며 "계단을 오를 때는 가방으로 치마를 가리는 방법 등으로 자체 방어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전현욱 연구원은 "초소형 카메라나 CCTV에 찍힌 동영상이 사생활 침해나 범죄에 악용되는 역기능도 있지만 동시에 범죄예방이라는 순기능도 있다"며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판매'설치'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좀 더 촘촘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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