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꽃이란 꽃은 모두 만개한 5월이면 행복한 여왕의 꿈을 꾸는 예비신부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혼수문제로 가슴앓이 하다 필자의 상담뜨락에 마주 앉은 '슬픈 봄날의 예비신부'는 마음을 아리게 한다.
혼수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시어머니의 넘치는 혼수품 요구는 종종 결혼 진행마저도 위태롭게 한다. 대체적으로 그 원인은 첫째, 혼수품과 예단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라는 배경이다. 둘째, 잘 키운 아들을 며느리의 남편으로 허락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을 교환하려는 미성숙한 마음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댁 측의 혼수품 요구는 비단 단순한 보상만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권위 회복'과 '자기존재의 영구성' 확인이라는 외롭고 허허로운 '심리적 배경'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어머니들은 남편과는 또 다른 많은 소외감을 갖는다. 일하는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데다가 귀하게 열심히 키운 자녀들마저도 장성하면 어머니란 존재에서 멀어져가기 일쑤이다. 이런 이유들에서 그동안 고생해왔던 자기존재에 대한 외로움과 무망감을 느낄 수 있다.
이때 중년여성인 어머니가 자신의 위치와 권리를 새롭게 획득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는 바로 '혼수 결정권'의 주도권을 잡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대개 혼수 결정권은 시아버지인 남성보다는 시어머니인 여성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들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혼수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결혼하는 신부 역시 나중엔 역시 혼수를 결정하는 시어머니가 되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자가 준비해야 하는 예단 풍습 유래를 보면 혼수준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 잘못된 예단 풍습은 임진왜란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임진왜란 이후 경제력이 급부상한 상인들은 자신의 신분상승과 집안 세력 확장을 위해 양반 집안과 결혼을 시도하였고, 이때 자신의 집안의 미천함과 부족함에 대한 징표로 신부와 함께 많은 혼수품과 예단을 시댁으로 보냈던 것이다.
곧, 시댁에 대한 넘치는 예단 준비는 '우리 집안은 배운 게 없고 미천하고 딸마저 부족한 아이니 이 재물을 받고 눈감아 주세요'라는 또 다른 비굴하고 서글프기 짝이 없는 교환물이 아니던가. 우리들의 결혼문화에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