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회를 보고] '동화 같은 세상' 한국 수채화 진수 맛보인 이경희전

이경희 작
이경희 작 '1984 하회마을'

우리나라 수채화의 진수가 어떤 것인가를 맛보려면, 지금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7일까지 열리는 이경희 전시를 보면 된다. 너무나 기분 좋은 유쾌한 화풍이다.

이경희는 누가 뭐라 해도 해방 후 대구화단의 최고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채화로서는 한국 최고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이경희 그림을 보면 대구가 수채화의 고장임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1949년 국전 1회 때부터 수채화로서 특선작가가 되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국전 30년 역사를 수채화로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대구지역에서는 그가 미술계의 독보적인 존재로서 언제나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그림세계는 특출했다.

원래 대구서양화는 독립투사 이상정(시인 이상화의 친형)과 이여성(서양화가 이쾌대의 친형) 두 분이 일으킨 수채화가 효시가 되어 출발했다. 그 후 서동진, 이인성 등의 계보로 이어지는 수채화가 지역적 특색으로 자리 잡아 일제강점기를 풍미했다. 이경희의 수채화는 화면의 대담한 구성력, 세부에 골몰하지 않은 거침없는 시원시원한 필치, 평범한 현실을 고도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힘, 그 모두가 이인성의 화풍과도 상통하고 있다.

이경희 예술은 그림마다 예술세계가 각각 다르다. 그는 언제나 살아있는 현장에서 예술적 원천을 찾고, 그 평범한 현실을 고도의 예술세계로 승화시키는 임기응변력과 특출한 예술적 감성이 있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은 현장성이 바탕이 되어 있으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환상적 세계로 승화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화면의 조화로운 구성력, 그리고 풍부한 색채향연의 연출이다. 이 두 가지는 모든 시각예술의 원천이지만, 이경희는 그것에 특출한 감성을 구비하고 있다. 거기에다 그림이란 명랑함과 유쾌함을 선사하는 선물이라는 그의 예술적 인식이 남다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모두 환상에 가깝고 동화 같은 기분 좋은 세계이다.

이번의 이경희 전람회는 올해 최대의 대구 미술잔치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그만큼 비중 높은 예술이고 귀중한 기회라 여겨진다.

미술사학가'계명대 교수 이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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