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변미영은 다작(多作)을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싫증 나지 않고 볼수록 그 깊이감에 매료된다.
그것은 작가가 전통과 현대의 묘한 경계에서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아름다움의 접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는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27일까지 초대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전에서 작가를 만났다.
그는 합판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15회 이상 다양한 색을 올린다. 그런 후 화면 위에 드로잉하며 긁어낸다. 긁어낸 자국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의 작업이 중요하다. 화면 위에 아크릴 물감을 또다시 칠하고 닦아내는 것을 30여 차례 반복한다.
"전통 채색 방법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얇게 여러 번 덧발라 깊은맛을 내거든요. 아크릴 물감이 자칫 얇고 천박한 느낌을 주기 쉬운데, 그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십 번 덧바르지요."
작가가 수십여 차례 물감을 칠하고 그것을 긁어내기 때문에 작품 속 색감이 단순하지 않다. 붉은색이라도 그 속에 푸른색, 노란빛, 검은색, 녹색을 모두 품고 있는 붉은색이다. 그래서 쉽사리 '주황색' '군청색'이라 칭할 수 없다. 작가의 작품이 볼 때마다 그윽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물감 층을 긁어내면 그 속에 쌓아왔던 물감들이 다 드러나죠. 속을 할퀴면 그 속의 다양한 모습이 드러나듯 말이죠."
또 하나. 전시장에는 작가가 수없이 물감을 칠하고, 그 물감을 닦아낸 걸레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형형색색 걸레들은 그 자체로 작가의 노동을 대변한다. 작가는 이를 설치미술로 선보인다.
작가는 '꽃'과 '새', 그리고 '산'의 이미지를 무한히 반복하고 있다.
"꽃은 이상세계를 의미해요. 새는 그 꽃을 좇는 우리 자신이죠. 이상세계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달려가는 우리의 의지랄까. 새에게 씌워진 왕관은 그 이상세계에 닿아있는 사람만이 가지는 암호 같은 겁니다."
작가는 그림 속에서 하늘과 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난다. 하늘에서 내려오듯 피어 있는 꽃과 지상의 꽃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근원으로 돌아가, 아름답고 편안하고 싶은 작가의 염원을 보여준다. 작가의 오랜 염원과 노동이 만나 한 폭의 그윽하면서 세련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053)791-2131.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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