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A(43) 씨는 대구시 수성구 모 중학교에 최근 전학 온 아들이 학교 급식에 대한 불평을 쏟을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아들은 "학교 급식이 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다. 서울에 비해 질적으로 너무 떨어진다"고 울상을 짓는다는 것. 학교를 방문해 급식을 먹어본 A씨는 "음식 맛이 형편 없더라. 짠 것은 너무 짜고 싱거운 것은 너무 싱거웠다"며 학교를 원망했다.
실제 취재진이 10일 오후 1시쯤 점심 식사를 마친 학생들을 만나 무작위로 물어본 결과 대부분이 급식에 불만을 터뜨렸다.
3학년인 한 학생은 "국은 맛이 없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도 안 된다. 더욱이 부대찌개는 물이 너무 많아 찌개인지 국인지 모를 지경"이라며 "학교를 마치면 배가 고파 정문 앞에 있는 분식점부터 달려 간다"고 말했다.
이달 초 입학한 1학년 학생은 "밥과 김치를 제외하면 먹을 것이 없다"며 "초등학교 때보다 더 못하다"고 했다. 또 다른 1학년 학생은 "2년 전에 졸업한 누나도 이 학교에 다녔는 데, 당시 국에서 나사가 나왔다는 얘기도 들었다. 맛이 너무 없다"고 불평했다.
◆똑같은 급식비, 음식 질은 천양지차
문제는 학생들이 내는 급식비에서 식품비를 제외한 인건비, 운영비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데서 출발한다. 대구시내에서 급식비를 내는 학생은 초등학생 전체 14만7천300명 중 9만591명(61.5%), 중학생 9만8천467명 중 6만3천46명(64.0%), 고등학생 10만6천280명 중 6만9천973명(65.8%)이다. 초교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400명 미만의 학교에 한해 무상급식이 실시되면서 급식비를 내는 학생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급식비는 올해 기준으로 초교 2천원선이고, 중'고교는 2천800원 전후다.
학생들이 낸 급식비만큼의 급식을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실제로 학생 수가 1천100여 명에 이르는 수성구의 A초교의 경우 영양사와 조리사 각 한 명, 조리종사원 8명, 배식원 4명이 근무하고 있다. 학생 1인당 일일 급식비는 2천원이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이 먹는 음식값은 1천480원(74%)이다. 나머지는 인건비(420원'21%), 운영비(100원'5%)이다. 지난해보다 인건비 비율이 더 높아졌다.
지난해는 일일 급식비 1천810원 중 식품비 1천390원(76.7%), 인건비 330원(18.2%), 운영비 90원 (4.9%)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인건비 비율이 더 높아지면서 정작 중요한 식품비 비율이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비슷한 금액의 급식비를 내는 초교 간에도 차이가 크다는 점. 대구 수성구 들안길의 B초교. 500여 명이 다니는 이 학교는 영양사와 조리사 각 한 명, 조리종사원 4명, 배식원 1명이 일을 한다. 1인당 급식비는 2천100원. 이 중 식품비 1천800원(85.7%), 인건비 200원(9.5%), 운영비 100원(4.7%)이다.
A초교에 비해 급식비를 100원만 더 내지만 학생들은 1인당 320원이나 더 비싼 점심을 먹는 셈이다. 한 끼에 320원이 더 투입되면 실제 식사 질과 영양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이 학교는 A초교에 비해 반찬이 한 가지씩 더 나와 4찬으로 점심을 먹는다. 무농약 쌀을 사용하고, 때론 값비싼 갈비탕도 나온다.
한 고교의 영양사(34)는 "급식에 100원만 차이가 나도 식사 질에 차이가 큰데 300원이면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실제 B초교의 급식 질이 우수하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평가다.
중'고교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재학생 1천300여 명인 C중학교의 급식비는 2천800원. 식품비 2천70원(73.9%), 인건비 558원(19.9%), 운영비 172원(6.1%)이다. 이 학교는 영양사와 조리사가 각 한 명이고 조리종사원이 8명이다. 배식은 학생배식도우미제를 도입해 매일 5명의 학생이 배식을 담당한다.
중'고교생을 합쳐 3천여 명이 다니는 D고교의 경우는 급식비 중 식품비 비율이 70%선이다. 급식비 2천800원 중 식품비 1천960원(70.0%), 인건비 661원(23.5%), 운영비 179원(6.5%)다.
학교 규모가 워낙 큰 탓에 급식 종사자도 많다. 영양사와 조리사가 각 한 명에다 조리종사원 17명, 배식원 10명이 일을 한다. 해당 학교 영양사는 "인건비 비율이 낮아져 이를 식품비로 전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질이 높은 급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상급식도 좋지만 일선 학교의 조리종사원에 대한 인건비 보조를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조리종사원 인건비 지원 차등
이처럼 비슷한 급식비를 내고도 실제 급식 질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학교마다 급식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초'중'고의 영양사와 조리사에 대한 인건비를 대부분 지원한다.
문제는 조리종사원 인건비다. 교육청은 초교에 한해 조리종사원 3명의 인건비만 지원하고 있다. 교육청은 각 학교에서 채용할 수 있는 조리종사원을 초교는 학생 130~140명 당 1명, 중'고교는 110~120명 당 1명을 권하고 있다.
이 때문에 A초교는 조리종사원 8명 중 5명의 인건비와 배식원 4명의 인건비를 급식비에서 지원한다. 이들의 인건비만 한달 700만원에 이른다.
반면 B초교는 조리종사원 1명과 배식원 1명의 인건비만 급식비에서 지급된다. 이 같은 인건비의 차이 때문에 비슷한 금액의 금식비를 내더라도 B초교 학생들이 훨씬 질 높은 식사를 한다.
대구시내 초교에서 일하는 조리종사원은 1천110명. 교육청은 이 중 609명에 대해 인건비를 지원하지만 501명은 학생들의 급식비에서 지급된다. 이 비용만 1년에 6억원에 이른다.
중'고교는 이 같은 지원조차 없다. 올해부터 영양사의 인건비는 100% 지원하지만 조리사의 경우 1천300명 미만 학교만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중'고교에서 일하는 조리종사원은 1천255명. 교육청은 이 중 72명에 대해서만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조리종사원의 인건비 전액을 학생들의 급식비에서 해결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들어 조리종사원의 인건비가 인상되면서 급식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아졌다. 교육청은 인건비 때문에 식품비 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초교는 급식비의 75% 이상, 중'고교는 68% 이상을 식품비로 사용토록 의무화 했다.
대구시내 한 고교 영양사는 "조리종사원의 인건비만 지원돼도 학생들의 급식 질이 대폭 올라갈 것이다. 무상급식을 도입하기 전이라도 학생들이 낸 급식비만큼 급식을 받을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김경식 대구시 교육의원은 "조리종사원 인건비나 운영비를 교육청에서 더 지원해 식품비 비율을 높인다면 식재료 값 인상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급식비를 인상하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우수한 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인건비를 모두 지원하고 싶지만 재원이 허락하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인건비 지원 예산을 늘릴 것"이라면서도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급식비에서 인건비를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설립자와 경영자가 부담해야"
학교급식법에는 학교 급식과 관련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해당 학교의 설립자와 경영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보호자가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설립자와 경영자는 학부모의 부담이 줄어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부모들이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사립학교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급식과 관련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교육청이 학교급식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급식법의 취지에 맞게 설립자와 경영자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고, 교육청은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학교 측에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학교와 교육청도 당연히 이렇게 알고 있다"고 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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