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화사 스님들 15년 만에 도심 거리로 나선 까닭은

대구 도심서 4시간 자비기금 마련 위해 탁발, 동안 모금액 사회복지기금

15년 전인 1998년 한민족 공동체를 위한 자비의 탁발 봉행 장면. 이 탁발 행사가 올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대구
15년 전인 1998년 한민족 공동체를 위한 자비의 탁발 봉행 장면. 이 탁발 행사가 올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대구'포항 등에서 다시 부활했다.

15년 만에 지역 불교계의 '탁발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탁발'(托鉢)은 비구(남자 스님)들이 발우(그릇)를 들고 거리에 나가 밥을 빌어오는 행위를 말한다. 요즘은 시대가 바뀐 만큼 쌀이나 음식 대신에 돈을 받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특별한 재난(태풍, 쓰나미 피해 등)을 제외하곤 탁발 행사를 자제해왔다. 15년 전에는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 본·말사 스님·신도 200여 명이 중구 보현사에서 '한민족 공동체를 위한 자비의 탁발'을 봉행했으며,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 소속 스님들은 어려운 이웃과 민족을 위한 자비의 탁발 행진을 했다. 이후로 탁발 봉행은 볼 수 없는 행사가 됐다.

이 '탁발'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팔공총림 동화사는 27일 오후 2시 칠성시장에서 사랑의 자비기금 모금 탁발을 시작한다. 칠성시장에서 시작해 서문시장, 약전골목 일대를 거쳐서 대구백화점으로 집결해 국채보상공원으로 이동해 회향하는 순서로 4시간 동안 이어진다.

동화사는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지혜와 자비를 온 누리에 밝힌 부처님의 공덕을 대중과 더불어 경축하고 모든 이들에게 부처님의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탁발 행사를 다시 봉행키로 한 것이다. 스님들은 비우고 버림으로써 큰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탁발 봉행을 하게 된다.

이 행사에서 스님들이 어시발우(발우 가운데 제일 아래 놓이는 큰 그릇)를 들고 지나가면, 신도들이 공양할 것을 미리 준비해 나눠주게 된다. 탁발 봉행이 끝나고 나면, 모든 어시발우에 모인 음식을 함께 나눠 먹게 된다. 모아진 성금은 동화사 부설 동화복지재단의 자비기금으로 쓰여진다. 탁발 회향 후에는 부처님 오신날 봉축탑 점등식이 열린다.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탁발은 아집과 자만을 제거하기 위한 불교수행의 일환으로 이번 행사는 부처님의 자비 나눔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탁발을 통해 모금된 기금은 사회복지기금으로 사용되며, 이런 행사를 통해 대구시민들이 어려운 이웃들과 서로 나누고, 동참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북 포항에서도 20년 가까운 세월의 공백을 거쳐 탁발이 봉행됐다. 포항불교사암(사찰과 암자)연합회는 26일 오후 2시 부터 4시까지 포항 죽도시장에서 시작해 시내 중앙상가 일대에서 '결손가정 돕기 자비의 탁발' 행사를 가졌다. 스님 50여 명과 신도 300여 명이 참여했다.

포항불교사암연합회장 덕화 스님은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탁발 봉행이 앞으로도 매년 지속적으로 열렸으면 좋겠다"며 "불교 신도뿐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이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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