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올 4월 황당한 독촉장을 받았다. 가입도 하지 않은 통신사로부터 온 채권추심통보서였다. 지난해 A씨가 자신의 명의로 2개 휴대전화를 개통했으며 기기값과 요금 등으로 90여만원과 190여만원이 미납됐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8월 말 대출을 해주겠다는 대부업체 전화를 받고 신용카드 관련 정보를 모두 알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대출 업자가 A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몰래 개통해버린 것. A씨는 "통신사에 휴대전화 개통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채권추심 철회를 요구했지만 정상적인 인증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만져보지도 못한 휴대전화 요금을 고스란히 물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에 가입돼 수백만원의 요금 폭탄을 맞는 피해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휴대전화 명의도용을 당했다며 피해를 신고한 건수는 6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건에 비해 14배나 급증했다. 휴대전화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금액은 1인당 평균 190여만원이었으며, 400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휴대전화 명의도용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통신사 가입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별도의 신분증 확인 없이 본인인증만 요구하는 온라인은 휴대전화 명의도용의 온상이 되고 있다. 한 통신사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통신사 가입을 할 경우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번호, 공인인증서를 통해 간단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면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휴대전화 개통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부터 올 5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휴대전화 명의도용'과 관련, 피해구제 접수된 101건 중 '대출을 빙자한 명의 도용' 피해가 32.7%(33건)로 가장 많았다. 대출을 미끼로 개인정보나 인증번호 등을 알아내 휴대전화를 몰래 개통하는 것이다.
지인이나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에게 무심코 알려준 개인정보로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소비자원 의료정보통신팀 관계자는 "판매점에서 타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위임장이 필요하지만 판매 실적을 쌓기 위해 이를 생략하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입절차가 간소하다는 점을 악용해 타인 명의로 평균 2개에서 최대 5개까지 휴대전화를 개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명의도용은 쉽지만 이로 인한 피해금액을 보상받기란 어렵다. 본인 인증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휴대전화가 개통돼 '명의도용'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별다른 피해 구제 방법은 없다"며 "온라인에서 명의도용 사건이 많이 발생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통신사에 가입할 경우 전화로 본인 확인을 거치는 등의 방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본인 스스로 개인정보를 잘 단속하는 것이 명의도용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지책이라고 조언했다. 대구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휴대전화 대출 제도는 없으므로 전화상으로 대출을 권유하면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기에 주의해야 한다"며 "또 신분증, 신용카드번호 등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하고 명의도용 방지사이트에 가입해 불법개통을 미리 막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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