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1990년대 히트곡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최근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면서, 또다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노래 제목이 곰곰이 씹어보니 재밌다. 기억(記憶)이 습작(習作)이 될까?
내 머릿속의 가장자리에서 수시로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문득 이 음악을 들을 때나 그 길을 걸을 때, 추억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책상 앞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있으면, 필름처럼 지나가는 보고 싶은 이들의 기억이 차오른다. 사람들은 잠자는 시간 외에는 어떤 기억이든 하며 산다.
매일매일 신문에서 보여진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기억, 가족·친구·동료·연인들에 대한 기억 등 가만히 생각해보면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다른 식의 기억으로 존재한다.
그중 내게 가장 뿌리내리져 있는 기억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기억들은 사랑일 것이다.
평소 매일 그 시간이면 전화를 걸어오던 사랑하는 이의 전화가 오지 않을 때, 마음과 달리 전화 안 와도 괜찮다고 하지만 무의식 중에 전화기를 쳐다보게 된다. 또 수시로 전화가 걸려왔는지를 확인하는 묘한 행동을 한다.
기억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많은 추억들이 지나가다 보면, 잊히고 지워질까 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확인하는 행동일 것이다. 기억이 난다. 계속해서…. 서로 아끼고 좋아했던 그때 그 일들이.
왜 지금은 그렇지 못하는가 힘들어하지만 전화를 기다린다. 곧 내 기억들의 사랑은 계속 내 마음을 건드린다. 누구나 사랑을 하고 사랑을 원하며 사랑을 얻으려 한다. 다 다른 방법과 방식으로. 그걸 간직하고 가슴에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 끝없이….
반복되는 공연 속에서도 우린 다 다른 감정의 기억이 있다. 배우들마다 장면과 상황에 따라 매일 같은 스토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감정이 다르다. 작품에 따라 역할마다 해왔던 감정들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조절을 통해 우린 무대에 올라가게 되고, 그 위에선 추억의 장면으로 스치듯 표현한다.
우리들의 기억들은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통해 조금씩 변해오곤 한다. 어떤 기억에 의존해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또 도전해 보기도 한다.
무대라는 공간은 그 어떤 누구에게도 선명한 기억을 보여줄 수 있는 명확한 장소다. 우리들 기억을 공연을 통해 무대에서 펼친다면 얼마나 반가울 것인가. 때론 내 마음의 혼란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껏 쌓여 있는 기억을 하나하나 모아서 누구나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통해,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려고 오늘도 극장 안에서 기억을 찾아본다.
이홍기<극단 돼지 대표'ho88077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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