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들은 주변환경에 변화가 오면 그림에 독특한 형태나 내용으로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그림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하고, 평소에 얌전하고 말이 없던 9살 여자 아동이 어느날 '영혼'(그림)을 그렸습니다. 왠지 그림이 답답해 보이고 하늘로 영혼이 떠다니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며, 주변은 무덤과 묘비 등 전체적으로 답답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흐린 날씨에 무덤 안에는 자신과 같은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무덤 속은 외부와 단절되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볼 수 있지만, 자아도취 되어 더욱 위험한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일주일 후에 아동을 만났을 때 표정은 더욱 어두웠으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면서 그린 것이 '귀신과 상여'(그림)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난 후에 아동은 만들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우드락을 주었고, 잠시 후에 이 아동은 우드락을 잘게 잘라서 네모난 통에 넣어서 흔들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드락으로 상여를 만들고 난 후에 '귀신과 상여' 작품에 있는 것과 같이 귀신들이 상여를 갖고 가는 모습으로 놀이를 했습니다. 결국 아동과 심층 상담한 결과 아동의 그림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시기에 부모님이 이혼소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동들은 자신들이 힘든 상황에 빠지면 자신도 모르게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10세 여자 아동이 그린 '나와 귀신'(그림)도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이 아동은 자신이 직접 귀신을 만져보고 싶어서 그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아동들이 귀신 그림을 그렸을 때 아동이 관심있는 심리적인 내용이 표현되었다면 그림 내용이 무섭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귀신 그림을 볼 때 섬뜩하거나 독특하고 괴기스러운 느낌이 드는 그림들은 대부분 가정환경이나 자신에 문제가 있는 아동입니다.
아이들이 조금만 이상한 그림을 그려도 어른들은 심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색안경을 끼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들 그림은 시공간을 초월하고,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그리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을 갖지 않으면 그림을 읽을 수 없습니다. 의사가 병원에서 환자의 엑스레이를 보고 병의 유무를 읽어 내듯이 어른들도 아동화를 읽을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중열 교수(대구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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