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유네스코 등재 향한 도동서원, 꽃이 피다

중국의 도(道)가 한반도로 건너와서 꽃이 피는 현장, 대구 달성 도동서원은 현대인에게 가장 부족한 인성 교육의 터전이자 대구 정신의 근거지이다. 올해로 개청 100주년을 맞은 대구 달성군은 임금이 현판을 내린 사액 봉행 재현 행사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진 데 이어 며칠 전에는 '도(道), 동(東)에서 꽃피다'를 주제로 한 도동서원 학술대회까지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가 아니라 마음공부를 통해 성인이 되려는 도학의 길을 연 도학지종(道學之宗)으로서의 한훤당 김굉필에 대한 종전 평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훤당의 정신세계를 소학이라는 프레임 안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정치적 광풍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실존적 삶을 살았던 인간 김굉필, 혹은 후학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진솔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스승 김굉필, 탈속과 초월의 경계를 꿈꾸는 김굉필 등에 대한 조명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글로벌 무역대국으로 성장했고, 2012년 7월에는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에 가입할 정도로 막강한 국력을 지니게 됐다. 하지만 청년과 노인자살률이 세계 1위이고,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국력은 커졌지만,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하버마스가 대한민국의 장점으로 주목했던 가족주의적인 가치관은 붕괴된 지 오래이고, 더 이상 형제나 자녀가 부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빈부 격차와 미흡한 사회적 안전망 그리고 배려가 부족한 시민정신 등이 사회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는 국력에 걸맞은 국민을 만들 때다. 그 첫걸음은 인성 되찾기에서 시작된다. 인성 되찾기는 스스로 성찰하며 탐욕을 억제하고, 맑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생활 태도에서 나온다. 그런 가르침을 지닌 곳이 바로 달성 도동서원이다. 그래서 출세에 뜻을 두었거나 남 혹은 나라를 지배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닦아서 풍부한 인성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한 이때에 맑고 깨끗한 도학자의 길을 걸어간 한훤당을 모신 도동서원의 현대적 재해석이 절실하다.

마침 대구 달성 도동서원은 경주 옥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 안동 병산서원, 함양 남계서원, 논산 돈암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과 함께 2014년 1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결실을 기대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