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팔공산

팔공산/허태연 지음/문예미학사 펴냄

허태연 시인이 첫 번째 시집 '팔공산'을 펴냈다. 주부들의 공부모임인 '삶과 문학'(회장 허태연)에서 17년 동안 닦은 솜씨로 삶을 읊조린 작품이다. 아들과 함께 짓는 경산 남천 딸기밭 이야기(어리석은 모자)는 자신의 시점으로, 남편을 하늘로 먼저 보내던 날 풍경(하관)은 남편의 시점으로 읊조리기도 했다.

시인은 팔공산에 산다. 그래서 팔공산의 사계와 그 속에 속해 있는 자신의 삶을 그린 작품들이 많다. 시적 이미지나 수사가 아니라 인생의 곡진한 단면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작품들이다. 어떤 조미료도 더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깊은 맛이 묻어난다.

"고(故) 정옥배 교수의 부인이라고 해 주세요."

시인이 말했다. 큰 꿈을 가졌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 남편에게 "시집 내었어요"라고 자랑하고 싶어서다. 허태연 시인은 "(시집을 출간한 일을 두고)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이제 한이 좀 풀리는 것 같아요. 일찍 떠난 남편과 친정아버지가 기뻐하실 거예요. 17년 동안 매주 한 번도 쉬지 않고 한결같이 함께 공부해온 '삶과 문학' 동인들과 문학은 물론이고 시사에 관해서도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신 김용락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이는/ 이 골짜기에 누워 있을 자격이/ 있는 분입니다/ 7세 때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 곁 호롱불 밑에서/ 서울 법대를 나와서/ 대학교수를 한 분입니다/(중략) 방학 때마다 김천 지례에 내려와/ 술도가에 말술을 시키고/ 돼지 잡고 닭 잡고 하여/ 동네 분들을 대접했습니다/ (중략)부항댐으로 인하여/ 마을이 수몰되기 직전/ 동네 분들은 그 동안 감사편지와/ 그해 비싼 곶감을 두 상자나 보냈습니다/ 그이는/ 이 골짜기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이장(移葬)은 안 됩니다' -안해(아내)-

139쪽, 9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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