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때(時)

지혜 중의 가장 큰 지혜는 '때(時)'를 잘 알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야 할 때에 하지 않고,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고, 결정해야 할 때 머뭇거렸던 일들로 인하여 관계와 일을 그르치고 후회하는 일들이 인생에는 숱하게 많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때를 놓쳐버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가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돈은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사람은 때를 놓치면 관계를 회복하는 데 평생이 걸리기도 하고 영 되돌릴 수 없기도 하다.

필자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직원들의 얼굴이나 인상을 보면 저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있구나 하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때가 있다.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하는 직원들은 얼굴과 행동에서 비슷한 모습과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이럴 때를 놓치지 않고 먼저 어려움을 들어주고 격려와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대화로 풀어나간 직원들은 새 각오로 회사 생활을 계속하지만, 때를 놓쳐버리고 방치해 둘 때에는 십중팔구 퇴사로 연결이 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식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별일 아니겠지 하고 그냥 넘어갔다가 후회하고 극단적인 사태로까지 치달을 때도 있다.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자녀와 부부 간의 관계에서도 그만큼 중요하다. '그때 사랑한다는 말을 했더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잘못했다고 바로 말했더라면' 하는 숱한 미련과 아쉬움으로 점철된 것이 바로 우리 인생이다. '때'를 살피는 것 못지않게 '때'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부분이라고 하겠는데 우리는 '운'이라는 말로 자주 사용한다. 최근 천만 관객이 넘는 영화들은 그 영화 자체가 가진 좋은 점 외에 개봉 시점을 잘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를 잘 만나는 것이 성공에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천시(天時)가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가 인화(人和)만 못하다'는 맹자의 말씀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천시라는 것도 사람의 화합보다 못하다는 의미인데 그래서 인간경영이 중요하고 결국에는 사람이 답이라는 말이다. 하나 된 조직과 기업, 하나 된 가정과 나라가 성공을 이루는 법이다.

우리는 때와 기회가 나한테는 잘 오지 않는다고 원망하지는 않는가?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이 글은 성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죽을 때가 있으면 살 때도 있는 법, 그래서 인생은 전체적으로 공평한 것이다. 가을에는 모두가 철학자가 된다는데 때를 놓치고 후회하는 일이 없는 지혜로운 인생을 살자는 마음을 다시금 다져본다.

조미옥 리서치 코리아 대표 mee5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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