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세먼지 국내 요인 많은데…중국 탓만하다 '오보'

환경당국 빗나간 예측…예보 시스템 문제없나

4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빌딩 옥상에서 바라본 대구 도심 상공이 뿌옇게 흐려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4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빌딩 옥상에서 바라본 대구 도심 상공이 뿌옇게 흐려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환경부는 '대기질 예보시스템'을 통해 5일 미세먼지 농도를 전망했다. 대구지역 경우 오전 9시 60~80㎍/㎥를 보이다 10시부터 40~60㎍/㎥로 낮아지기 시작해 11시에 30~40㎍/㎥, 12시에 20~30㎍/㎥로 농도가 옅어진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구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예상과는 반대로 이날 오전 9시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대구 대기 측정망 10곳 모두 오전 11시나 정오에 이날 최고 농도를 기록했다. 오전 11시에 하루 최고 농도를 기록한 곳은 동구 율하동과 북구 노원동 등 4곳으로 131~190㎍/㎥를 보였고, 동구 신암동과 서구 이현동 등 6곳은 정오에 101~152㎍/㎥를 보이며 이날 최고 농도를 나타냈다. 환경부의 당초 예상보다 4~5배나 높았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예측은 빗나갔다. 중국에서 넘어온 오염물질 등 외부요인에만 기댄 탓이다. 지역 내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과 국지적인 기상여건, 지형조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스모그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지역 내 오염물질 발생과 바람이 줄어든 기상조건 등이 가세하면서 겨울철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미세먼지 '나쁨' 대 '보통' =대구 내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의 격차는 일관성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요인인 중국발 스모그가 매번 같은 지역에만 더 심하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미세먼지가 고농도로까지 치닫는 데는 일정한 패턴으로 발생하는 내부요인의 영향도 크다는 것.

대구지역 간의 미세먼지 농도 격차는 올겨울 여러 차례 반복된 고농도 때마다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올겨울 대구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한 경우는 모두 4차례. 10월 말을 시작으로 11월 두 차례(4~6일, 23~24일) 그리고 이달 3~5일이다. 이 기간 동안 고농도 지역은 매번 고농도였고, 저농도 지역은 매번 저농도였다.

지역별로 보면 율하동의 수치는 80~120㎍/㎥로 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한 기간 동안 대구 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노원동과 이현동, 중구 수창동, 수성구 지산동 등의 미세먼지 농도도 대구 전체 평균보다 대부분 높았다. 반면 남구 대명동과 수성구 만촌동은 대부분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편이었다. 이들 지역은 대구지역에서 가장 높은 농도를 보인 곳보다 40~60㎍/㎥가량 적었고, 대구 전체 평균보단 20~30㎍/㎥가량 낮았다.

심지어 대구 내 지역 간의 농도차이가 최고 2배를 넘는 곳도 있었다. 이달 들어 발생한 미세먼지 중 하루 평균 농도가 절정에 달했던 5일. 율하동은 하루 평균 농도가 123㎍/㎥를 보여 '나쁨'(121~200㎍/㎥) 단계에 이르렀지만 만촌동은 57㎍/㎥로 '보통'(31~80㎍/㎥) 단계에 그쳤다.

◆오전과 저녁 시간 고농도 두드러져=시간대별 농도의 흐름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지역마다 농도의 높낮이 차이는 있었지만 농도가 오르내리는 패턴은 비슷했다.

이달 3~5일까지 상승한 미세먼지는 오전 9~12시 사이 하루 최고 농도를 기록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첫날인 3일 측정망 10곳 중 6곳이 오전 10~11시(10시 4곳, 11시 2곳)에 최고 농도를 기록했다. 수치는 낮은 곳 76㎍/㎥, 높은 곳 152㎍/㎥ 등으로 각각 차이가 있지만 오전 시간에 그날 최고 수치를 기록한 점이 동일하다. 나머지 4곳은 오후 8시 이후 저녁 시간이나 오전 2~4시 사이에 최고 농도를 보였다. 둘째 날인 4일엔 9곳이 오전 11~12시에, 5일엔 10곳 모두 11~12시에 그날 최고 농도를 기록했다. 오전에 100㎍/㎥ 이상 높아진 미세먼지 농도는 정오를 지나면서 떨어지기 시작해, 오후 1~3시에 100㎍/㎥ 이하로 내려갔다. 그러다 오후 7~8시 전후로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즉 오전과 저녁 시간에 미세먼지가 높아지는 양상이 반복됐던 것이다.

대구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비슷한 상승과 하강 곡선을 이어가면서도 점점 짙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3일 율하동이 95㎍/㎥로 1곳만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민감군 영향(81~120㎍/㎥) 단계 이상이었지만 다음 날 4일 6곳, 5일 8곳으로 늘었다. 하루 평균 농도도 계속해서 상승했다. 측정망 10곳 모두가 3일에 걸쳐 17~31㎍/㎥가량 농도가 높아졌다.

◆중국 탓 그만, 내부요인에 대한 대책 필요=중국발 스모그가 특정지역과 오전'오후 등 특정시간을 골라 대구지역을 덮쳤을까?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고농도를 보이는데 중국의 스모그 등 외부요인은 30~40% 정도"라며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 스모그 탓으로 돌리면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내부요인에 대해서 눈여겨보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관계자는 "풍속이 약해지는 등 국내 대기 순환이 더딘 상황에서 국내 난방연료 사용량이 늘어나 국내 오염물질 배출이 증가했고, 중국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민건강을 위해선 지역'시간대별로 구체적인 예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구시의 미세먼지 예보는 달성군을 제외한 지역을 하나의 단일 권역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보 횟수도 오전 9시에 당일 예보와 오후 6시에 다음 날 예보 등 하루 두 번뿐이다. 예보 내용도 시간대별로 미세먼지의 농도변화가 아닌 하루 평균값을 '보통'과 '민감군 영향', '나쁨' 등 6단계로 표시한다.

현재의 예보로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시간대별로 오르내리는 미세먼지의 농도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없다.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출'퇴근 시간에 대기오염은 얼마나 심한지, 아침과 저녁 운동을 할 때 문제는 없는지 등 생활 맞춤형 정보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의 영향을 과도하게 강조할 경우 오염물질 저감 대책 등 자체 노력을 등한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성옥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시민들에게만 외출을 자제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하지만 해외의 경우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차량통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등 내부 오염물질을 줄이는 대책을 내놓는다"며 "산업단지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시설투자를 지원하고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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