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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석이 兄 느끼고 싶어 어릴 적 살던 동네 대봉동에서 17년 살았죠

가수 채환은
가수 채환은 "다음 세상에서는 형과 함께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22일, 가수 채환이 대구 김광석 거리에 있는 벽화를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채근기자

채환은 대구 중구 대봉동에서 17년을 살았다. 4차례 이사를 하면서도 대봉동을 떠나지 않은 것은 김광석이 태어난 동네에 가능한 한 오래 살고 싶어서였다. 채환이 7년간 살았다는 하숙집이 궁금해 그곳을 찾아 함께 걸었다.

"아, 저 건물 뒤에 하숙집이 있었는데 없어졌네요." 20대를 보냈던 하숙집은 세월과 함께 사라졌고, 새로운 건물이 생겨났다.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세탁소뿐이었다. "여기 세탁소에 자주 갔었는데. 사장님이 저를 기억하실 거예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장님이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한곳에서 7년을 머물렀던 이유를 채환은 이렇게 설명했다. "광석이 형이 살았던 번개전파사가 아마 이쯤이라고 추측했어요. 형이 어릴 때 딱지치기도 하고, 구슬치기도 하며 놀았던 곳이잖아요. 형은 이 세상이 없지만 형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에서 정취를 느끼고 싶었어요."

그의 진로는 일찌감치 정해졌지만 부모님에게 이 뜻을 알린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다. 부모님이 시골에서 반찬을 바리바리 싸서 오는 날이면 자취방에 있던 기타를 친구 집에 숨겨뒀다. 채환은 "공부하라고 대구에 유학까지 보낸 아들이 음악 한다고 하면 아버지가 실망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채환은 자기 이름을 건 단독 콘서트에 부모님을 초대했다. "그때 처음 제가 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렸어요. 아버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다가 50만원이 든 흰 봉투를 건네고 가셨어요. '니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라'고 하시면서요." 지금은 어떨까. 채환은 "아버지는 아직도 공무원 시험 치라고 하신다"며 껄껄 웃었다.

노래하기 위해 대학에 갔다는 그의 첫 전공은 '섬유디자인과'.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전공이었다. "대학가요제에 나가려면 대학생이 돼야 하니까 어디라도 가야 했어요. 물론 대구 예선에서 떨어졌지만요. 하하." 자신이 직접 만든 '외로운 영혼들을 위하여'라는 곡은 1993년 대학가요제 본선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묻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같은 해 KBS '청춘스케치'에 출전했고, 노래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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