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농가의 허술한 대응이 경북 AI 불렀다

겨우내 조류인플루엔자(AI) 안전 지역이었던 경북이 결국은 AI 후폭풍에 휩쓸리고 말았다. 산란계를 집단 사육하는 경주의 희망농원 한가운데서 AI가 발병한 것이다. 경북도 AI방역대책본부는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복지협동회의 한 농장 닭에서 AI 바이러스(H5N8)가 검출되었으며, 확인해 본 결과 고병원성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AI가 발생한 경주 희망농원은 AI 확진 지역인 경기도 평택의 양계 농장에서 지난주 중간 크기의 산란계 5천200마리를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방역 당국의 허술한 방역 체계와 농가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불렀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AI가 퍼진 경기도에서 왜 닭을 구입했으며, AI 전염 매체가 된 닭을 실은 차량이 경주로 이동하는 동안 방역 당국은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AI를 퍼트린 평택의 양계 농장에 대해 가금류 이동검역승인서를 발급해 준 평택시의 방역 체계에서부터 구멍이 뚫렸다. 이동승인서는 가금류의 건강 상태에 대한 임상검사 후에 발급해야 하는데, 정황상 제대로 된 검사를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평택에서 싣고 온 닭이 경주를 통과할 때도 검역 시스템이 허술하지 않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아무리 이동승인서가 있었다지만 AI 지역인 평택에서 들여오는 산란계란 점을 주목하고 예방 조치를 취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입식 농가에 있다.

온 겨울 AI가 전국을 강타한 상황에서 AI가 발생했던 평택에서 산란계를 들여온 것도 그렇고, 집단 사육 단지에 외부 닭을 입식하면서 방역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처사는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이 때문에 천북면 신당리 희망농원을 비롯한 27농가의 산란계 50여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사태가 빚어졌고, 그 악역을 위해 공무원과 군인 수백 명이 동원되는 사단을 일으킨 것이다.

아무튼 기왕 일이 벌어졌으니 이제는 확산 방지가 관건이다. 방역 당국은 농가의 입식 자제와 입식 계획 사전 제출을 요청하고, 입식 후에는 임상 관찰과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 AI가 숙질 때까지는 운송 차량 통제와 통행 차량 소독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며, 작업자에 대한 차단 방역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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