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7개 금융사 3천여 개 지점이 이달 12일부터 '불량'이라는 빨간딱지를 점포 출입구에 내붙였다. 금융감독원의 2013년도 금융사 민원 발생 평가에서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다'며 최하 등급(5등급) 판정을 받은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이다. 민원 발생 건수와 처리 건수, 금융사고 유무 등을 종합해 2006년부터 시행해온 이 제도는 이제까지는 웹사이트에서만 공지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고객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점포 게재를 도입했다.
이처럼 A4 용지 크기의 '불량' 주홍글씨를 3개월간 고객 눈에 띄게 쉽게 일선 점포에 붙이도록 한데 대해 해당 금융회사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민원에 국한된 평가 결과'라며 그 의미를 축소해 지점에 고객지침을 내리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의 불만이나 소비자 선택권을 감안한다면 '불량' 딱지는 창피 주기가 아니라 금융업계의 바른 인식과 개선을 촉구하는 불가피한 조치다.
고객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거나 고객 관리 실패로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금융기관은 어떤 식으로든 공개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일은 금융감독 당국의 의무다. 그렇지 않고 지금껏 해온 방식대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은 더 큰 금융 사고와 혼란을 부르게 된다.
안타깝게도 국내 금융사들은 그동안 잦은 금융'보안 사고와 악의적인 영업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대출 금리를 조작하거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판매하고 고객 정보 대량 유출과 같은 사고를 치고도 대고객 사과는커녕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등 늘 민원을 초래했다. 이번에 5등급을 받은 일부 금융사는 이전에도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음에도 시정 노력을 하지 않았다. 왜 이런 불명예를 되풀이하고 있는가. 금융당국이 제대로 제재하지 않고 금융사 자신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으니 민원 투성이가 된 것이다.
소비자 민원 발생이 잦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사로서의 신뢰와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방증이다. 시중은행처럼 덩치가 큰 은행과 지방은행 등 금융사 규모나 악성 고객의 유무 등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민원이 많다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신뢰와 철저한 대고객 윤리가 금융사의 기본 전제'라는 점을 재차 상기하고 고객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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