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유사시에 국방의 심장부가 될 합동참모본부의 신청사 설계도를 수년째 군 바깥에서 나돌도록 내버려두고 있었다. 모든 군사정보가 모이는 합참 지휘통제실이 있는 지하벙커를 비롯해 합참 신청사의 자료가 고스란히 담긴 설계도다. 복잡한 첨단무기를 운영하는 핵심인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는 EMP폭탄의 방호시설과 도청방지시설인 템페스트가 적용된 공간도 세세하게 드러나 있다. 툭하면 남한 불바다 운운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군사기밀이어야 할 설계도가 아무런 제약 없이 민간에 나돌고 있었다는 사실에 전율한다.
군 검찰은 어제서야 이 설계도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업체 등과 전'현직 군인의 자택 등 13곳을 압수수색했다. 시중에 있는 설계도가 합참 청사의 실제 도면과 상당 부분 일치하기 때문에 강제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애초부터 비밀 설계 장소가 아닌 비인가 된 장소에서 이 설계도를 만들었다. 설계가 끝나면 군에서 수용하고 나머지 자료는 폐기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도 밟지 않았다. 무사안일 국방부의 또 다른 일면이다.
국방부의 강제 수사 착수는 한참 늦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설계도면을 민간이 보유한 사실을 확인하고 국군기무사에 통보한 것이 2년 전 일이다. 국군기무사령부 역시 설계도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2012년 5월 신청사 사업 주체였던 국방부에 설계도를 빨리 회수하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설계도 저작권과 비용을 둘러싼 업체 간의 이해가 맞물려 회수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무사 역시 설계도가 신청사 사업 초기 군사기밀로 지정되기도 전에 유출된 것이라 강제회수 할 근거가 없다며 적극적이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도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소홀히 다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노크귀순에 이어 북한 무인기에 우리 영공을 내준 것도 용인하기 어려운데 국방의 핵심인 청사 설계도까지 바깥으로 나돈 것은 군의 기강이 총체적으로 해이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설계도가 만에 하나 북에 넘어간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2년 동안이나 방치한 국방부 장관은 경질감이다. 명확한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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