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두 번 다시 없어야 할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비탄에 젖어 있다. 문명의 시대에 수백 명의 청춘이 눈앞에서 수몰되어가는 실황을 목도한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통절의 눈물을 쏟지 않은 이가 없었을 것이다. 이 비극은 전광석화처럼 성찰 없는 성장을 구가해 온 우리 사회의 부실한 기초를 여실히 드러냈다. 아울러 정부, 국회, 기업을 비롯한 모든 부문의 기성세대에게 무한대의 부채와 책임을 안겨주었다.
이런 아픔 속에서 여섯 번째 지방선거를 맞이한다. 과거와 같았으면 흥겨운 축제의 장이었을 선거가 침묵의 시간 위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선거 연기 주장마저 제기된다. 온 국민의 마음이 쓰린 상처투성이인데 선거는 가당치 않은 의례에 불과할 수 있다. 어느 정당과 후보가 유권자 앞에 떳떳하게 나서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절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발생과 대응 과정에서 무원칙, 무기력, 보신주의, 비윤리, 무책임을 생생하게 확인하였다. 잘못된 인식과 관행의 비극적 결산이 세월호 참사였던 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헤치고 통렬히 책임을 묻고 치밀하게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청춘의 넋을 다소나마 위안하고 제2의 참사를 막을 수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 공동체의 실상이 그러한바, 그 첫 시험대가 6'4 지방선거이다.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6'4 지방선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우선 온 국민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난국을 타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선거의 본령은 표를 구걸하고 찍어주는 요식행위가 아니다. 그보다는 공론을 모으고 합리적 대안을 논구하는 장이어야 한다. 이러한 의사소통 민주주의의 훈련을 통해서 상처를 보듬고 재기의 길에 나설 수 있다. 위정자들 또한 국민과의 진심 어린 소통에 동참해야 한다.
다음으로 명확하게 책임을 묻고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구악과 구태를 발본하고 공동선과 전망을 정립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시비를 가리지 않은 과거는 미래의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어떤 정당과 후보가 자신을 처절히 반성하고 책임을 짊어지며 적확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지 혜안으로 살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책임윤리로 무장한 국민의 충복을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도의 봄에서 멈춘 시계를 서서히 미래를 향해 돌려야 한다. 세월호의 침몰이 대한민국의 침몰이어서는 안 된다. 눈물을 머금은 진혼곡과 함께 국민통합의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6'4 지방선거는 그 첫걸음을 떼는 시발점이다. 6'4 지방선거는 이렇게 소통과 혜안과 통합의 장으로 성숙해가야 한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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