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착한 육개장 '3천원의 행복'…안동 정하식당 황임순·황귀화 자매

안동 정하동 정하식당 주인 황임순(사진 왼쪽) 씨와 동생 귀하 씨는 한우 육개장을 3천원에 판다. 그들은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고 지난해 말부터 가격을 내렸다. 이들은
안동 정하동 정하식당 주인 황임순(사진 왼쪽) 씨와 동생 귀하 씨는 한우 육개장을 3천원에 판다. 그들은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고 지난해 말부터 가격을 내렸다. 이들은 "함께 잘살면 더 좋지 않느냐"고 웃었다. 전종훈 기자

안동 정하동 우체국 뒤편에 자리한 육개장 전문식당인 '정하식당'. 황임순(62)'황귀하(50) 씨 자매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인근 주민들에게 '착한 식당'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가장 착한 건 가격이다. 육개장 1인분에 3천원이다. 재료도 착하다. 국내산 소고기와 채소만 사용한다. 짜장면보다 싼 값에 육개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고, 재료까지 믿을만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착한 식당이 됐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곳의 육개장 가격도 다른 가게와 다름없는 5천원이었다. 하지만 한 손님이 가격표를 바꿔버렸다. 지난해 말 인근 원룸 공사장에서 학비를 벌기 위해 일하던 한 청년이 매일 점심을 이 식당에서 육개장으로 해결했다. 이 청년이 아들처럼 느껴졌던 주인 황 씨는 그때부터 육개장을 3천원에 팔기 시작했다. 하루 5천원인 점심값에서 2천원이라도 더 모아 학비에 보태라는 것이었다. 덩달아 다른 현장 근로자들과 주민들도 3천원에 육개장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공사가 마무리되고 마지막으로 이 식당을 찾은 이 청년은 이들 자매에게 캔커피 2개를 감사 선물로 건넸다. "광주에서 이곳까지 일하러 와 매일 밥값 2천원을 모을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아낀 밥값 2천원은 꼭 아주머니들께 음료수를 선물로 드리고 싶었다"는 감사 인사와 함께였다.

육개장 가격이 내린 뒤로 의심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수입 소고기냐", "조미료를 쓰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주인 자매는 이런 손님이 오면 주방으로 안내해 큰 솥에 담긴 육개장을 보여준다. 그러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고.

육개장 한 그릇을 팔면 몇 백원밖에 남지 않는다. 두 자매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매일 새벽 안동 전통시장 등을 돌며 식재료를 저렴하게 사고, 도축장에서 싸게 고기를 공급받는 식육점을 수소문했다.

이 식당은 유독 혼자 식사를 하는 이들이 많은 점도 특징이다. 고등학생과 우편 배달부, 할아버지 등 일과 시간에 쫓겨 늦은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손님의 절반이나 된다. 주인 황 씨는 "일이 바빠 식사때를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싼값에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데가 우리 식당이라 많이들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주인 황 씨는 얼마 전 딸의 모교에 선행을 베풀기도 했다. 하루에 1천~2천원씩 수개월간 100만원을 모아 딸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 것. 또한 인근 경로당에 있는 노인들에게 육개장과 반찬을 대접하는 등 작지만 뜻있는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황 씨 자매는 "벌이가 시원찮아 밥값 부담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우리 식당 주인들이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면 원가를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모두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사니까 요즘 더 즐겁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