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지 잠수어선 싹쓸이 조업…울릉 어민들 속탄다

어촌계 전복 치어 등 3년째 방류…어민 "애써 기른 자식 빼앗기는 꼴"

바다에도 법으로 정해진 조업 경계가 있다. 하지만 울릉도 어민들은 요즘 속이 타들어간다. 울타리를 넘어온 잠수기어선들 때문이다. 사진을 보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잠수기어선 뒤로 울릉 북면 현포 해안가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사진만 봐도 잠수기어선들이 해안가 가까이 접근, 어민들이 애써 키운 해산물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울릉군 제공
바다에도 법으로 정해진 조업 경계가 있다. 하지만 울릉도 어민들은 요즘 속이 타들어간다. 울타리를 넘어온 잠수기어선들 때문이다. 사진을 보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잠수기어선 뒤로 울릉 북면 현포 해안가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사진만 봐도 잠수기어선들이 해안가 가까이 접근, 어민들이 애써 키운 해산물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울릉군 제공

없을 것 같지만 바다에도 울타리가 분명히 있다. 울타리를 규정한 법령까지 존재한다.

울릉도를 비롯한 경북'강원'제주도의 경우, 수심 7m 이내는 마을어업 어장, 7~15m까지는 협동양식어업 어장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해졌다. 각 마을 어촌계가 공동으로 관리한다.

울릉군은 3년 전부터 매년 협동양식어업 어장에 홍해삼, 전복 등의 치어를 꾸준히 방류했다. 갈수록 고갈돼가는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어민들도 해적생물인 불가사리를 잡는 등 치어가 잘 자라도록 어장 관리에 힘썼다.

그러나 매년 봄 홍해삼 조업철이 되면 울릉군 어촌계원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법으로까지 정해진 울타리를 넘어오는 타 지역 잠수기어선 조업 탓이다.

잠수기어선은 협동양식어업 어장 경계 밖에서 잠수부가 물에 들어가 조업할 수 있도록 국가가 허가한 선박이다. 어민들이 키워놓은 홍해삼 등 수산물 상당수는 이들 어선 몫이다.

잠수기어선은 잠수부에게 공기를 공급해주는 장비를 갖춰 한 번 잠수하면 최대 3시간 가까이 작업할 수 있다. 잠수부는 수중추진기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한다. 주민에 비해 수산물 채취량이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다.

울릉도는 바다 밑 경사가 급해 지형적으로도 불리하다.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김윤배 박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해 군산의 경우 해안선에서 15~17㎞ 정도 나가야 수심이 15m에 이르지만 울릉도 천부 앞바다는 해안선에서 0.7㎞만 나가면 같은 수심이다. 이보다 경사가 훨씬 급한 곳도 많다. 마을공동어장의 면적이 그만큼 좁다는 말이다.

그 경계 또한 무용지물이다. 대다수 수산생물은 15m 경계를 오간다. 특히 홍해삼은 수심이 깊은 곳에 사는 것일수록 크고 자연산란 성공률도 높다.

돼지로 비유하자면 씨돼지의 상당수를 남이 잡아가는 셈이다. 서영택 현포어촌계장은 "애써 기른 자식을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했다.

올해도 7척 정도의 잠수기어선이 울릉도 연안에 들어와 조업했다. 배상용 울릉군발전연구소장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들이 하루에 채취하는 홍해삼은 평균 800㎏ 정도다. 소매가로 1㎏당 4만원 선에 팔린다고 보면 하루 3천200만원이다. 울릉도 소규모 어촌계 1년치 공동수익에 버금간다.

게다가 이들이 어장 내에 들어와 불법조업을 하더라도 단속은 쉽지 않다. 바닷속에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증거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잠수부에게 공기를 공급하는 호스의 길이는 최대 150m. 배는 수심 15m 밖에 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경계선 안쪽 140여m까지 들어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어민들이 외지 잠수기어선의 불법조업을 감시하기 위해 각자의 조업을 포기하고 이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울릉도 어민들은 어장 수심 한계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배 소장은 "울릉도의 수중 지형은 대부분 급경사로 이뤄져 있는데도 육지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울릉도의 현실에 맞는 어장 수심 한계를 새로 설정해 적용할 수 있도록 수산업법 시행령 개정이 절실하다"고 했다.

▷잠수어업=물속에 잠수해 간단한 어구를 갖고 어패류를 잡는 어업 방식이다. 나잠어업과 잠수기어업으로 나뉜다. 나잠어업은 해녀의 작업 방식이다. 호흡 장비 없이 수심 20m 이내의 바다 밑으로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한다. 잠수기어업은 잠수부가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 갈퀴 등을 이용해 해산물을 채취한다. 잠수부는 호스를 통해 공기를 공급받는다. 잠수할 수 있는 수심은 최대 40m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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