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북공조 흔들며 북 끌어당기는 아베의 속셈

북한과 일본이 어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전면 재조사와 대북 독자제재 해제 등 북'일 합의안을 발표했다. 북한이 납치 피해자 조사를 시작하고 일본은 이에 맞춰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지원을 검토한다는 안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공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북'일 합의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번 합의로 일본은 납북자 조사가 재개되면 인적 왕래 규제를 풀고 여행객의 휴대 가능 현금과 송금 제한도 해제하게 된다. 북한선박의 일본 입항금지도 해제된다. 북한은 미사일과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만성적인 외화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일본이 납북자 문제 해결을 빌미로 이런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겠다고 나선 꼴이다. 여기다 인도적 지원까지 더해지면 북한이 6자 회담에의 복귀나,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번 합의는 북한과 일본이 서로 이해타산을 따진 결과일 뿐으로 한반도 주변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아베 정권이 과거 퇴행적 언행으로 한국이나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자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한'중을 견제하려 든다는 의구심만 더한다. 대북 제재의 원인이 됐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도 해소하기 어렵게 됐다. 북한은 핵 문제 해결 없이 일본을 디딤돌로 삼아 외교적,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됐다.

물론 이번 합의가 실행되려면 첩첩산중이다. 과거 북한과의 이런 합의가 실행된 전례도 찾기 어렵다. 자칫하면 북한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어줄 명분만 제공하고 끝날 가능성도 크다.

그러니 대북 제재 해소를 바탕으로 이뤄진 북'일 합의는 불쾌하다. 아베 정권이 국제사회의 공조를 희생해 가며 자국의 해묵은 현안을 해결하려 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한목소리를 내야 할 상황이다. 일본은 6자 회담 시에도 중요한 고비마다 납북자 문제를 거론해 북핵문제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곤 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위협과 더불어 일본의 돌출행동에도 대비해야 하는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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