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에 나오는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는 전쟁터에서 오십 걸음을 도망간 자가 백 걸음을 도망간 자를 보고 비겁하게 멀리 도망갔다며 비웃는다는 말로 비겁하기는 둘 다 똑같다는 뜻이다. 이는 남을 비난할 때는 먼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말할 자격'을 규정하는 것으로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하다.
요즘 행새께나 한다는 인사 가운데 초등학생도 알 만한 오십보소백보를 알지 못하는 인사가 많다. 어떤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는 건지,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전혀 분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6'4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정 후보는 돈이 많아서 뻥을 쳐도 사람들이 이해할 것"이라며 "뻥을 쳐야 했다"고 말했다. 그랬으면 밀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유권자 수준을 '정말' 우습게 보는 말이지만,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한편으로는 그 정도 말은 충분히 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의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과 2008년 총선의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으로 두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다. 수백억 원의 불법 선거 자금을 주무르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미끼로 수십억 원을 챙긴 사건이다. 국민 전체를 기만한 화려한 전력을 가졌으니 막가는 선거판에서의 '뻥' 정도는 아무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6'4 지방선거에서의 새누리당 지지세력을 겨냥해 우리나라 미래가 너무 걱정된다고 썼다. 김 씨는 국민의 민주 정권 탄생 열망을 저버리고 3당 합당을 통해 집권한 대통령의 차남이었다. 아버지의 권력에 호가호위해 '소통령'으로 군림하며 국정질서를 어지럽혔고, 조세포탈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두 번이나 구속된 바 있다.
이 두 사람은 권력의 정점에서 영화를 누리면서 온갖 불법 행위로 국민을 기만해 우리나라 미래가 걱정되는 때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이들이 있어 우리나라 미래는 밝다. 입이 있어도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의 말도 다 용납하는 민주사회여서다. 파자(破字)로 하자면 참으로 '정구죽천'(丁口竹天'可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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