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북도청 이전, 서두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경북도청 이전이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당초 경상도 개도(開道) 700년인 올 연말로 잡았던 도청 이전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로부터 경북 대개조를 위한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하춘수 경북도 새출발위원회 위원장이 "대구'경북지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도청 이전 시기를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한 후 도지사에게 제안할 예정"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선거전까지 고수해 온 올 연말 도청 이전 방침에 배치되는 것으로, 하 위원장의 입을 빌려 도청 이전 시기에 변수가 생겼음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그동안 경북도청 이전은 좀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았다. 허허벌판에 도청과 의회 청사만 우뚝 세운 가운데 이전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많았다.

현재 도청과 도의회 청사 건립 공정률은 70%를 넘어 예정대로 10월 중순이면 준공이 가능하다. 우선 도청이전추진본부 등을 필두로 한 주력부서 공무원부터 이사를 와서 도정 업무를 다시 이어나가는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신도시 성공의 관건인 정주 여건이 아직은 전무한 실정이다. 당장 수백 명의 공무원이 대구에서 출퇴근해야 하며, 주변에 점심 한 그릇 사먹을 데가 없을 만큼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정주 여건을 확충하지 못한 탓에 갖가지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는 전남도청과 충남도청 신도시의 현주소를 보더라도 그렇다. 이전을 조금 늦추더라도 주변 인프라 구축과 교육, 의료, 숙박, 외식 등 정주 여건 조성에 더 진력하지 않으면 자칫 텅 빈 도시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도지사의 약속 파기에 따른 실망감과 이전 연기에 따른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상실감이 없지 않을 것이다.

개도 700년이란 상징성을 지닌 올 연말에는 도청 이전의 대역사가 시작되면서 경북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형성할 것이라는 안동'예천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웅도 경북이 새천년을 시작하는 분수령이 될 도청 이전의 대역사는 세심한 준비와 함께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는 게 순리이다. 경북도청 이전, 서두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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