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적인 상'장례문화를 잘 살린다면 망자와의 이별의 아픔과 죽음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데 훨씬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나다 가톨릭예수회 소속으로 서강대에서 종교학(불교학)을 가르치는 베르나르 스네칼(62) 신부는 "유교의 장례·상례는 상(喪)을 당한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정신적'심리적 치유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면서 "이 같은 유교의 예법은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교가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사후 세계관이 없는 유가(儒家)의 상례 과정을 보면 상을 당한 사람에게 탈상할 때까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단계적으로 충분히 주고 있습니다. 뚜렷한 사후 세계관이 있는 그리스도교는 어떤 때에는 죽음을 너무 빨리 넘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스네칼 신부는 14, 15일 영남대 이과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 전통상례문화 전승 및 세계화를 위한 국제 학술세미나'에서 '그리스도교가 한국의 유교 상'장례로부터 얻을 것'을 주제로 한 학술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학술논문은 가톨릭 사제인 자신이 안동 하회마을 한 유생 집안의 며느리(가톨릭 신자)로부터 망자인 시아버지를 위한 연미사(위령미사)를 부탁받아 봉헌한 후 이 며느리와의 면담내용을 토대로 썼다.
그는 "지금은 대폭 간소화됐지만 유교 전통에서는 묏자리를 택하고 3년상을 치르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상식을 올리고 탈상 때까지 머리와 수염을 깎지 않는 등 애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즉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당한 상주가 죽음을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심리적 치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네칼 신부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프랑스 보르도대학에서 6년간 의학을 전공했고, 예수회에 입회한 뒤 1985년 한국에 파견돼 불교를 접했다. 그는 성철 스님에 대한 논문으로 파리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에서 종교학(불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성철 스님 탄신 100주년과 열반 20주년을 맞아 지난해 펴낸 '가야산 호랑이의 체취를 맡았다-퇴옹성철, 이 뭣고'로 불교계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스네칼 신부는 "우리들은 죽음과 함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외면하고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죽음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 도사리고 있으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또 "우리가 죽음의 문제를 잘 해결하지 않고서는 더 행복하고 알찬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구문명에서는 망자를 빨리 잊으려고 한다. 나 자신도 수년 전 부모님을 여의고 '영원한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학술세미나를 통해 상을 당한 사람으로서 내가 왜 아픔과 아쉬움이 많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됐다"고 덧붙였다.
경산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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