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헌팅턴은 '미국정치학'에서 "권력자들은 느낄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힘을 창조해야만 한다. 권력은 어둠 속에서 강한 힘을 발휘한다. 햇빛에 드러나는 순간 권력은 힘을 잃기 시작한다"고 했다. 사회적 대타협이라며 정치권이 애써 의미를 부여한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처지다.
대타협을 통해 공무원연금 문제를 풀었다고 자랑한 여야가 지금 지리멸렬이다. 한마디로 국민 반응이 얼음장이어서다. 군살 빼라고 성형외과에 보냈더니 살짝 쌍꺼풀만 만들고 점 몇 개 빼고는 돈 내고 가라는 꼴이어서다. 합의에 쫓겨 설익은 밥에 코까지 빠뜨리고는 대타협이라고 둘러대는 데는 더 할 말이 없다.
합의안을 보면 당초 새누리당이 공개한 개혁안은 흔적조차 없다. 2007년 노무현정부 때 국민연금을 삭감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적연금 강화를 주장하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10% 상향' 카드를 노골적으로 끼워넣는 물타기 전술을 썼다. 뒷감당도 못할 역주행이다.
무엇보다 여야는 '국민연금=공적연금'이 오류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함께 참여하고 국가가 대신 관리하는 사회 공적(共的)연금이다. 개인이 은행과 보험'증권사에 적립하고 연금으로 타는 개인연금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야당과 공무원단체가 말하는 공적(公的)연금이 아니다. 국민연금에는 세금 보조가 없으니 정부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복지대책이자 사회부조성 강제저축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공무원연금처럼 하루 80억원씩 혈세가 들어가지도 않고 적자가 나면 정부가 대신 주겠다는 법적 지급보증도 없다. 이 때문에 20, 30대 젊은 세대들은 '돈만 먹는 자판기'라고 걱정한다. 서자 취급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왜 공적연금인가. 수차례의 개혁에도 계속 혈세를 쏟아붓는 공무원연금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시도는 공무원 대표가 낀 실무기구를 거친 여야 합의의 결과는 맞다. 그러나 공공의 의무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정당'집단의 이익에 집착한 야합의 결과물이다. 범을 그린다면서 고양이를 그리고 끝낸 여야의 담합은 '동의 없는 동의'를 강요하는 짓이다. 코앞의 표가 아니라 미래를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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