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사시대 삶 볼 수 있는 반구천 암각화, 한국 17번째 세계유산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울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 중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의 지난 3일 모습. 등재 여부는 프랑스 파리에서 6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연합뉴스

선사시대 한국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 오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한국이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총 17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을 보유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며 "선사시대부터 약 6천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암각화'는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을 말한다.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하는 단일 유산이다.

1971년 발견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사냥 대상인 짐승부터 사람, 도구, 기하학적 무늬 등이 촘촘히 그려져 있어 '한국 미술사의 기원'이라 불린다. 고래와 거북·물개 등 바다 동물을 비롯해 호랑이, 멧돼지, 소, 토끼 같은 육지 동물들이 바위 위에 빼곡히 그려졌다.

작살과 그물, 창을 든 사냥꾼과 춤추는 주술사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선사시대의 생활과 문화를 알려주는 보물 중의 보물로 꼽힌다. 2023년 자료집에 따르면 총 312점의 그림이 확인됐다. 근처 천전리 암각화는 신석기시대 동심원과 겹마름모 같은 기하학적 무늬부터 청동기를 거쳐 신라시대 글, 그림까지 625점이 새겨져 있다.

다만, 향후 관리와 보존에 대한 숙제도 남았다. 반구천 암각화는 1965년 건립된 사연댐 때문에 1년에 두세 달 이상 물에 잠기면서 훼손이 우려돼왔다. 박지영 국가유산청 세계유산정책과 사무관은 "지난해 4월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암각화가 잠기지 않게 하는 사업 계획이 고시돼 설계 용역이 발주된 상태"라며 "수문이 2030년 완공 설치되면 1년에 딱 하루, 0.8시간 정도만 잠기게 된다"고 했다.

세계유산위원회도 이날 등재 결정과 함께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할 것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의 효과적 운영을 보장할 것 ▷관리 체계에서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의 역할을 공식화할 것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개발계획에 대해 세계유산센터에 알릴 것을 권고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등재 결정 후 "지방정부와 적극 협력해 반구천의 암각화를 잘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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