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진학 실적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대구 고교의 진학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대구 고교 교육이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진학 실적을 따져봤을 때 대구시교육청이 강조하는 교육수도라는 명칭이 민망할 지경이다. 아직 괜찮은 수능시험 성적에 가려 참담한 현실이 쉽게 드러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면 수시모집 실적이 좋아져야 할 텐데 진학지도와 제대로 연계되지 않으니 실적이 나아질 리 없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췄다고 떠들고는 실제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고교도 여럿이다. 문제는 대학들이 그런 거짓말을 뻔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요구, 교사들의 지적 등 교육계 안팎의 목소리를 모아 어떻게 하면 대구 고교가 제대로 진학지도를 할 수 있을지 정리해봤다.
①"대로 된 진학 전문가가 나서라" 교육청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논술·토론 지도교사가 대입 면접 프로그램 운영
고교에서 수시모집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드는 예산은 교사들에게 '수당 갈라먹기'에 다름 아니다. 일정 수준의 외부 전문가를 부르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 하지만 교사들이 대학과 전공, 대입 전형 과정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상황임에도 자기소개서, 면접, 논술 등 각종 관련 프로그램을 도맡아 챙기는 것은 교사들의 배는 불릴지 몰라도 학생들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B교사는 "모의면접이 자기소개 등 일상적 질문과 답변에 그쳐선 안 된다. 모의면접관으로 나서는 교사들이 특정 대학, 학과에 대해 얼마나 연구하고 질문을 하는지 의문이다"고 했다.
논술이나 토론을 지도하던 교사가 대학입시 대비 토론 면접, 논술을 지도한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입시와 진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들 교사 중 그런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학부모 C씨는 "이들 교사가 대학입시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해당 대학의 논술 유형과 결과 분석까지 얼마나 꼼꼼하게 자료를 챙겼는지, 토론 면접을 하는 대학이 어디며 그 대학들의 여러 전형 중 어느 전형에서 토론 면접을 하는지, 토론 면접을 평가하는 교수들은 어떤 부분을 짚어보는지 제대로 알고 가르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②고교 교사 모두에게 진학지도 연수시켜라…1,2학년 교사 대상 '전달 연수'는 한계
학생부 종합전형을 고려한다면 1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각종 활동들을 차곡차곡 챙겨나가야 한다. 이는 학생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당연히 교사들이 함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이끌 교사가 대학입시에 대해 잘 모른다면 2년 뒤 해당 학교의 진학 실적이 좋을 리 없다. 결국 고1, 2를 맡고 있는 교사들도 연수를 제대로 받아 대학입시와 진학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의 진학 실적이 좋으려면 중학교 교사들의 수준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교 유형이 다양화하면서 학생의 적성, 흥미, 학력 등을 고려해 어떤 고교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한지 중학교 교사들이 자문하려면 고교 유형과 대학입시와의 관련성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 D씨는 "진학과 동떨어진 진로 지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진로 지도를 한답시고 적성검사 실시, 공부법 안내, 직업 소개 등을 진행하는데 그친다는 것은 교사들의 직무유기다"며 "각 고교 유형의 장단점을 학생의 적성과 목표, 성적에 맞춰 자문하는 게 아니라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고입 전형 자료를 읽어내리는 데만 그친다면 진로진학 상담 전문가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했다.
③'교과 진도 나가는' 방과 후 수업 없애자…정규수업 연장 아닌 선택형 진로
대부분의 고교에서 정규 수업시간 이후 8, 9교시에 이뤄지는 '방과 후 수업'은 과거의 '보충수업'과 다르지 않다. 일부 예'체능, 제2외국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과목이 편성돼 있다.
방과 후 수업은 별도의 수강료를 내고 수강하지만, 학생의 수준에 따른 분반이나 이동 없이 평소처럼 진행된다. 수업은 과목별 진도를 나가거나 문제집으로 풀이를 한다. 학력 신장에 '보충'이 된다고 여기는 학생이 별로 없다. 수성구의 한 학교가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조사했더니 '보충수업 없애자'가 제일 많았다. "정규수업의 연장과 마찬가지인 방과 후 수업을 왜 하느냐"는 것이다.
원래 방과 후 수업은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있다. 학생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학교에선 "모두 동그라미 쳐서 제출하라"고 강제한다.
학생들이 방과 후 수업을 거부하지 못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보충수업 내용에서 중간'기말시험이 출제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잡혀 있지만 그 시간에 자습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은 등교해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쉼 없이 수업의 연속이다, 마지막 8, 9교시는 허기지고 녹초가 될 지경이라 '강제 학습'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누구를 위한 보충인가, 교사 복지를 위한 보충이 아닌지 재점검이 급하다. 획일적인 수능식 수업 대신에 진로와 관련된 수업 혹은 심화 수업이 선택적이고 집중적으로 이뤄져서 수시전형에서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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