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능 잘치는 대구 학생·못받쳐주는 학교

대구 고교 진학지도 깜깜이, 컨트롤타워 교육청 팔짱만

"대구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지도는 깜깜이다."

대구가 입시 변화를 못 따라간다는 평가의 배경에는 학교가 진학 실적을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진학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교육청도 여기에 대해서 손을 놓고 있어 과연 입시를 담당한 기관들이 축적된 진학 결과를 바탕으로 정보에 입각한 진학지도를 하느냐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매일신문 교육팀이 입수한 고교별 2015학년도 수능 성적과 서울대 진학 실적을 비교하면 이 같은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수능시험 국어, 영어, 수학 등 3개 과목에서 1, 2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을 볼 때 대구의 고교는 인천에 비해 월등히 앞섰다. 하지만 2015년 서울대 입학생 수는 대구가 151명, 인천은 138명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좋은 수능 성적에도 진학 성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고교별 진학 성과는 학생, 학부모가 고교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지만 많은 학교는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취재팀이 대구 72개 일반계 고교(특성화고 제외) 전체를 대상으로 주요대학 합격자 수를 물어봤지만 대부분 자료가 없거나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대구시교육청도 전체 고교의 진학결과 자료를 취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고교가 대학 입시 결과에 대한 정확한 집계와 자료의 축적 없이 이뤄지는 진학지도에 대해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도 생긴다.

대구 고교의 이 같은 진학지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한 학부모는 "올해 졸업생의 진학 결과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지만 학교 측에서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며 "전형을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에선 뭘 챙겨줄 수 있는지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교육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진학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니 인근 학교와 경쟁 관계에서 자유롭고, 결과가 부진해도 진학지도에 대한 책임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면서 "진학지도 문제를 기본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