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자율과 조화'의 대한민국

"왜냐하면 음의 울림은 즉자대자적인 것이어서, 이는 대자적으로 실제 존재하는 육체성보다 더 이념적인 것인데, 이 이념적인 존재도 포기함으로써 내면에 적합한 현상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헤겔의 미학강의 제3권, 480쪽/ 두행숙 옮김/ 은행나무 펴냄-

음악에서 음은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각각의 음은 고유의 헤르츠(진동수)를 가지면서 고유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각자 고유의 색깔들이 모여서 어떤 순서를 가지고 집합을 이루는 것을 우리는 음악이라고 일단은 이야기할 수 있다. 자, 여기까지 오면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분통이 또 터져 나온다.

독자㉠: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래서 음악이 뭔데?

독자㉡: 뭔 또 헤르츠 얘기여?

이렇게 음악을 설명하는 것은 어쩌면 음악을 더 이해하기 힘들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음악은 각각의 음들이 모인 것이지만, 그 이전에 그 음들을 모으는 정신의 활동이다. 그 정신의 활동을 음이라는 매개로 만들어 놓은 것이 음악이다. 그러다 보니 취향에 따라서 각각의 호평과 혹평이 쏟아져 나온다. 예를 들자면 지난주에 공연을 했는데, 다수 관객들이 같이 박수치고 노는 음악과 마냥 앉아서 듣는 음악에 대해 평가를 해 주었다. 그렇다. 음악은 놀 수도 있고, 앉아서 고문을 당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그림(오선 악보) 안에 있는 것과 그림 밖의 것으로 구분하기도 한다(사실 그레고리오 성가는 대부분 그림 안에 들어가 있다). 이렇게 음악을 이해하는 생각들은 너무도 다양하다. 그 다양한 생각들을 음이라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 음악이다. 그래서 음악은 단순하기가 어렵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음악이 있다. 트로트도 있고 교향곡도 있고 오페라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상을 음악이라고 표현하고, 이 음악에서 음이라는 단어를 인생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바로 인생사만큼 어려운 것이 음악인 것이다. 인생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그래서 음악에도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맨 위로 올라가 보자, '음의 울림은 즉자대자적인 것이어서, 이는 대자적으로 실제 존재하는 육체성보다 더 이념적인 것인데'라고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말했다. 인생에 치고받는 싸움이 있는 것처럼 음악은 음들의 싸움이고 조화이며 토론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헌법전문에 나오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대한민국이라는 정신의 다양성을 이해시키려면 먼저 음악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이렇게 다양한 정신을 가르쳐야 다음 세대가 성숙한 교양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시발점에 '문화와 교육의 도시 대구'가 먼저 앞서 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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