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작은 기부가 정치를 바꾼다

'나비효과'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양의 차이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다. 몇 년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생각해보자. 처음에 큰 기대 없이 유튜브에 올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를 말 춤으로 들썩이게 하며 싸이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당시 '강남스타일'은 8억 건이 넘는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하였고, 530만 건이 넘는 '좋아요 추천'을 받아 '기네스 세계 기록'에도 올랐다.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유튜브에 올릴 때에는 싸이 자신조차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싸이처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앞으로의 삶에서 이 멋진 나비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항상 노력하고 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에는 물질적 풍요, 건강 등 객관적인 요소부터 원만한 대인 관계, 사랑과 존경의 욕구 실현 등 주관적인 요소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눈에 빤히 보이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또 물질적 풍요와 같은 것들을 좀 더 누리기 위하여 매 순간 치열하게 노력하기 때문에 그러한 요소들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경제력, 건강 등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정치 수준 또한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다. 물질적 풍요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결국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국가가 제도적인 버팀목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 국가를 움직이는 정치인은 바로 우리가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한다. 그렇게 선출된 정치인에게 경제적 자원, 즉 정치 활동을 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인 정치자금이 필수적이다.

지난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자 1인당 선거비용제한액은 246개 선거구를 평균했을 때 1억9천2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 법정 비용인 선거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경비까지 합친다면 한 번의 선거를 치르기 위해 소요되는 정치자금은 훨씬 더 많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자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언젠가부터 후보자의 이름을 내건 펀드까지 등장했다. 이 후보자 펀드들은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단 며칠 만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달성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후보자들은 선거가 끝난 뒤 선거비용을 보전받아 통상적인 이자율로 되돌려준다고 밝히면서 펀드를 모금하기도 했다.

이렇듯 각종 정치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리는 뉴스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자주 접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에서는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정치자금 기탁제도로,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소액 다수의 깨끗한 정치후원금 기부 활성화를 통해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하고자 국민들의 자발적인 정치후원금 기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어떤 이는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들먹이며 정치인에게 내 돈을 주는 것이 아깝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한 푼, 한 푼이 모인 정치자금이 정당한 방법으로 정치인들에게 제공된다면 그들이 검은돈에 기웃대는 일 따위는 사라질 것이다. 건전하고 올바른 정치에 대한 작은 소망으로 시작한 한 사람의 정치자금 소액 기탁이 언젠가는 멋진 대한민국의 정치 스타일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우리 삶에서 기대되는 나비효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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