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황금만큼 귀한 대접을 오랫동안 받아온 것이 소금이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소금값은 쌀값과 맞먹을 정도였다. 암염이 없는 우리에게 소금의 원천은 바닷물이다. 소금 하면 바닷물을 가둬 햇볕에 증발시키는 천일염전을 먼저 떠올리지만 한반도에서 천일염의 시작은 1905년 무렵에 불과하다. 일본 염전 업자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대만의 천일염 방식을 도입하면서다.
자연히 천일염 이전에는 어떤 소금을 먹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연결된다. 우리 선조들은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얻었다. 갯벌에 고인 고염도의 해수를 가마솥에 끓여 만든 '자염'(煮鹽)이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방식이지만 자염은 천일염에 비해 만들기가 까다롭고 생산성도 크게 떨어진다. 1950, 60년대 정부가 민간 염전 개발을 장려해 천일염전이 급속히 늘고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지면서 자염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자염의 맥이 겨우 이어진 곳이 태안과 고창, 순천 정도다. 태안군은 지난 2001년 전통 자염을 50년 만에 복원해 상품화에 성공했다. 태안에서는 1950년대 중반까지 갯벌에 통자락을 넣고 고인 바닷물(함수)을 모아 가마솥에 끓여 소금을 만들었다. 태안 낭금갯벌에서 소량 생산되는 소금은 전통 방식을 기초로 공정을 현대화한 것으로 현재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가 됐다.
고창군은 1천600년 전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 선사가 전통 자염 제조기법을 전수한 것을 기려 매년 '사등마을 보은 염선제'를 열고 있다. 소 쟁기질을 한 갯벌에서 얻은 고염도의 바닷물을 48시간 끓여 정제한 것이 고창 자염이다.
경북도가 최근 울진 등 동해안에서 성행했던 '토염'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토염은 갯벌 대신 황토를 이용해 바닷물을 끓여 만든 자염으로 강원과 경북의 소금 생산 방식이다. 울진 자염은 안동 간고등어 등 영남 내륙의 '염장 문화'의 밑바탕이었으나 명맥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경북도는 울진 토염을 되살려 관광 상품으로 키우는 한편 '동해안 소금산업 육성'이라는 큰 목표를 갖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로 질 좋은 자염을 만들기 위해 공정 현대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하지만 일제가 소금 수탈을 늘리기 위해 널리 퍼뜨린 천일염에 밀려난 자염의 반격이자 동해 맑은 바닷물이 만들어내는 명품 토염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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