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인터넷 언론의 국정화

1966년 대구생. 경북대 석사. 계명대 언론학 박사
1966년 대구생. 경북대 석사. 계명대 언론학 박사

"가끔 너무 서럽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나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4년째 청소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바람이다. 도시철도 역 구내나 화장실 등에서 흔히 마주치는 그 아줌마들이다. 430여 명에 이르는 이들 청소 노동자들은 밥값이나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이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처우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6일 평화뉴스에 올라와 있는 '대구지하철 청소 노동자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이라는 기사다. 평화뉴스는 2004년에 창간한 지역 인터넷 신문이다. 지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대구경북의 대안 언론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큰 언론들이 좀체 눈길을 주지 않는 곳이 평화뉴스의 텃밭이다. 지하철 청소 노동자 이야기처럼 소외되고 힘없는 이웃의 민낯을 10년째 만나고 있다.

이런 평화뉴스를 1년 후에는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문을 닫아야 하는 이유는 지난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신문법 시행령 때문이다. 바뀐 시행령에는 취재 및 편집 인력이 5명은 넘어야 인터넷 언론으로 등록할 수 있게 했다. 1년 뒤에는 소급 적용이 되므로 평화뉴스 같은 기존의 인터넷 언론도 피해갈 수 없다.

인터넷 신문 등록에 인원 제한을 두는 것은 저널리즘의 품질과 관련이 있을까. 해마다 인터넷 신문이 급증하고 언론중재 조정 건수의 절반 가까이를 인터넷 언론이 차지한다. 수익 기반이 취약하고 작은 인원으로 운영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출입처 등록을 해놓고 광고를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른바 유사 언론, 사이비 언론의 문제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인터넷 신문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올 9월 돈을 받고 정부 홍보기사를 언론들이 써왔다는 보도를 봐도 그렇다. 여기에 등장하는 언론사는 작은 규모의 언론사가 아니다. 또 인터넷 신문의 폐해로 드는 선정성이나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어뷰징도 마찬가지다. 수익을 올리기 위한 선정성이나 어뷰징은 노출이 쉬운 중대형 언론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터넷 언론이 통제의 대상이 된 것은 다분히 의도성이 짙어 보인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싫은 권력과 언론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자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기득권에 금이 갈까 봐 일부 대형 언론도 힘을 보탰다. 이들에게 언론 자유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외치는 민주주의의 부록에 불과한 셈이다.

지금은 누구나 뉴스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SNS시대다. 인터넷 신문이 제 기능을 못하면 법률에 따라 제재를 하면 된다. 인원을 따져 처음부터 언론 등록을 해주지 않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과 다르지 않다. 5명은 언론이고 4명은 언론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한국 인터넷 기자협회는 이대로라면 5천 개가 넘는 인터넷 언론 중 85%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대안 언론은 그만큼 발붙이기가 쉽지 않게 된다.

'고향 대구시민의 힘으로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 연다'. 지역의 또 다른 대안 언론인 뉴스민에 떠 있는 기사다. 전태일은 1970년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며 가혹한 노동 현실에 목숨을 버리며 항거했다. 대통령의 아버지가 대통령인 그 시대 이야기다. 시간의 간극은 크지만 눈앞에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은 본 듯 만 듯하다. 인터넷 언론의 통제는 부활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오버랩 된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약자를 배려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누가 그랬지. 'MB가 그리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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