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광고기획사를 운영하는 A씨는 얼마 전 솔깃한 제안을 받았지만 고민 끝에 거절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하는 지역주택조합 광고대행을 맡아 주면 비용을 넉넉히 쳐주겠다는 사업자 요구를 뿌리친 것. 구미는 당겼지만 먼저 일을 하고 추후에 결제를 하는 이른바 '앞방일'이어서 맡지 않았다. A씨는 "예전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이 홍보관을 열고도 조합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있다"며 "미리 일을 했다가 나중에 결제를 받지 못하면 출혈이 크다"고 털어놨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분양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단기간에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공급과잉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일찍 진행됐던 일부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가 일반분양 단지 못잖게 치솟으면서 가격적 이점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공급 가격이 저렴하거나 높은 청약경쟁률이 없다는 점 등에서 장점이 있어 초기에는 인기가 높았지만 현재 대구에서만 30여 개 사업이 난립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했다.
지역주택조합 인기 하락은 지나치게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애드메이저 기업 부설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지역주택조합이 추진 중인 곳은 약 30개 단지 1만8천여 가구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분양 아파트(13개 단지 6천673가구)의 3배에 달한다.
지역주택조합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지 않았지만, 지역민끼리 조합을 만들어 새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밤샘 줄 서기는 기본이고 '줄값'이 1천만원이나 붙을 정도로 인기였다. 대구 달서구와 경산에서 진행 중인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조합원 프리미엄이 1천만원이나 붙었을 정도다. 그러나 요즘은 30%도 채 안 되는 저조한 조합원 모집률을 보이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대구 한 주택조합 관계자는 "홍보요원과 불법 현수막까지 총동원하고 있지만 조합원 모집이 신통치 않다"고 귀띔했다. 조합원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지역주택조합 단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다른 조합 측도 "조합원 모집이 뜻대로 되지 않아 큰일"이라며 안절부절못했다.
사업 진행이 더디거나 곳곳에서 암초를 만난 사업지의 흉흉한 소문도 인기 하락에 한몫하고 있다. 조합원 가입을 고민 중인 한 주부는 "동구 어느 조합은 사업이 아예 안 된다거나 수성구 한 곳은 분담금이 1억원을 넘었다는 등 사업 자체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며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지역주택조합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각 조합마다 사업 안정성을 담보하는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부 자문기구인 자금관리위원회를 따로 설치해 투명한 자금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조합이 생겨나고 토지 매입 계약서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지역조합주택은 조합원 모집(통상 50% 이상)→부지 매입→조합설립 인가→사업 승인→착공→입주'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성공 투자의 관건이 조합의 투명성과 빠른 추진 단계, 토지 매입 완료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합원 모집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지역주택조합원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사업의 투명성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며 "일종의 고육지책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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