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밥, 겨울을 덥히다] 국밥 왜 사랑 받나-문화와 역사

찬바람 불 때 뜨끈한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

남녀노소가 즐기는 국밥은 우리나라 최초, 최고의 외식메뉴다.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남녀노소가 즐기는 국밥은 우리나라 최초, 최고의 외식메뉴다.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술 마신 다음 날이나, 너무 추운 겨울, 또는 왠지 몸이 헛헛한데 보양식을 찾아 먹기에는 비쌀 것 같다. 이럴 때 뭔가 건강한 한 그릇의 음식을 찾아 우리의 발걸음은 국밥집으로 향한다. 그 뚝배기에 담긴 국물이 소 사골국물이든, 돼지 뼈 국물이든 우리의 몸을 좀 더 뜨끈하게 데워주고 힘을 내게 하는 데는 국밥 속 국물이 최고다. 한 그릇의 국밥 속에는 우리나라 근대 음식 역사의 한 장면과 '친근한 서민'과 '강렬한 느낌'이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모두 담겨 있다.

◆민족 최초의 외식 메뉴

우리나라 식문화가 밥과 국을 빠트리지 않기에 국밥의 역사 또한 오래됐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실상 '국밥'이라는 이름을 달고 돼지국밥, 소머리국밥, 따로국밥 식으로 나눠지는 음식 메뉴가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TV 사극에서 주로 보는 국밥은 대개 주막에서 주모가 한 그릇 말아주는 음식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상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조선시대 후기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주막은 장사치들이 묵어가며 술만 청하고 음식은 장사치들이 자신의 식량을 주모에게 맡겨 요리를 부탁하거나, 아니면 직접 해 먹었다. 그나마 문헌에 나오는 국밥집의 기록은 조선의 24대 왕인 헌종(1827~1849)이 변복을 하고 자주 드나들었다는 '무교탕반'이 최초다. 당시 국밥은 '탕반' 또는 '장국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는데, 소의 양지머리를 무와 함께 푹 삶아 고기는 건져 썰어 양념하고, 뚝배기에 밥을 담고 장국을 부은 후 고기, 쇠고기산적, 도라지나물, 고사리나물, 콩나물을 얹어 내 놓았다. 이 당시 한양에는 '무교탕반'과 같은 장국밥을 파는 탕반집이 매우 인기가 좋았는데, 탕반집에서 우려내는 국물은 일반 가정에서는 흉내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신문물을 받아들인 모던걸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국밥류였다. 특히 설렁탕, 곰탕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국밥류의 음식들은 짜장면이 배달 음식으로 유행하기 전 가장 대중적인 배달 음식이었다. 당시 잡지 중 하나인 '별건곤' 1929년 10월 호에 따르면 "설렁탕 집주인은 옛날 백정이었던 사람들이 많았고, 옹기그릇에 담아내니 장국밥에 비해 차림새가 점잖지 못했다. 이에 한때 양반이었던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설렁탕 한 그릇 먹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한다. 이런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설렁탕은 최초의 패스트푸드이자 배달 음식으로 인식돼 왔다. 해방이 되고 전쟁을 겪은 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식사를 파는 곳이 늘면서 대구의 따로국밥, 부산의 돼지국밥, 전주의 콩나물국밥 등 각 지역별로 다양한 국밥이 등장했다.

◆국밥, 여기에도 쓰일 줄이야

1990년을 풍미한 게임인 '슈퍼마리오'에도 국밥이 모티브가 된 인물이 등장한다. 슈퍼마리오 게임의 주인공인 '마리오'의 숙적이자 악역 캐릭터인 '쿠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0년에 발행된 '슈퍼마리오 25주년 기념 북'에 이 게임의 개발자인 미야모토 시게루는 "슈퍼마리오 게임에서 마지막 꺾어야 할 최강 악역의 이름을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우연히 한국 음식점을 들렀다. 이때 처음으로 국밥이라는 단어를 듣고 '왠지 강렬하다'는 느낌이 들어 이름을 쿠파(クッパ)라고 짓게 됐다"고 말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국밥이라는 음식이 불고기와 비슷한 음식으로 알고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따끈한 국물'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서민적인 이미지를 부여할 때도 국밥이 많이 쓰인다.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음식을 꼽자면 바로 국밥을 꼽을 수 있다. 대선 광고에서 욕쟁이 할머니가 말아주는 국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의 이 광고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서민 이미지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밥은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음식이란 이미지가 강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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