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원전이 미래 성장산업이 되려면

세계 원전시장에서 중국의 질주가 무섭게 시작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달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영국 남부의 힌클리 포인트 원전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역사적인 합의를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며 중국의 영국 원전건설 참여를 공식 발표했다.

힌클리 포인트 원전은 영국에서 30년 만에 건설되는 신규원전이다. 2008년 영국 노동당 정부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오래된 화력발전소를 차세대 원전으로 대체하는 계획을 승인했고, 2010년 출범한 보수당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노동당 정부가 수립한 원전건설 재개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힌클리 포인트 원전은 그간 경제적 효율성 논란, 환경단체들의 반대 등에 가로막혀 착수가 수년간 미뤄져 왔다. 그러나 중국의 참여로 이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은 중국보다 훨씬 앞서 독자적인 원전노형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에 수출도 성공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기술을 중국에 전수하고 중국시장에 수출해보자는 전략을 강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시장과 국가적 지원, 막대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중국 원전기업들의 세계 원전시장 장악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게 되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APR1400) 4기를 수출한 한국은 6년째 추가 수주를 못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원전산업이 수출 비즈니스로 도약하느냐, 국내 시장에 머무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40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원전의 설계, 기자재제작, 건설 및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특히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원전 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자립은 국내 모든 산업계를 망라하여 거의 유일하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순수 국내기술 기반인 원전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고스란히 국내에 남을 수 있다. 또한 수출이 활성화되면 청년 공학도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 진출하게 될 뿐만 아니라 원전의 기자재를 생산하는 많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

한국형 원전 2기의 국내 건설은 7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프로젝트로서 연인원 620만 명, 300여 협력업체의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전 4기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직접효과 21조원과 국내 산업계의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 34조원 등 모두 55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 수출을 21세기 국가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삼아 원전 수출에 국가 전체의 역량이 동원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국가가 총력전을 펼쳐도 국제시장에서 중국에 밀릴 판인데, 지금은 국제경쟁력의 원천인 국내 원전산업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내에서 외면당하는 원전을 해외에 가서 사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국가의 에너지 수급정책은 그 나라의 에너지 환경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률이 겨우 10%에 미치는 에너지자원 빈국이다. 따라서 원전보다 더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징검다리 에너지'로서 원자력은 불가피하다. 이번에 중국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인 영국만 해도 진보적인 노동당 정권에서 30년 만에 원전건설의 재개를 추진했다. 이어 들어선 보수당 정권에서도 지속적으로 그 정책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원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과 환경단체의 수용성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세계 시장을 향해 비상하는 중국에 밀려 아무런 대비책도 없는 우리 경제의 성장은 누가 책임질 것이며, 성장의 저하로 나타난 청년실업자의 아픈 가슴은 누가 어루만져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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