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과서·선거구 획정 정치판 언쟁
과연 '누구를 대표하는지' 궁금해져
현행 선거구 전부 효력 잃는 연말 넘기면
꼬락서니 사나운 정치인 보지 않을 수도
예수는 황금률을 이르기를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오복음 7장 12절)라고 하였다. 공자도 마찬가지로 황금률을 세워 '네가 원치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지니라'(己所不欲 勿施於人)라고 하였다.
정치인은 경전도 읽지 않나? 아마 그들이 저 두 성인의 말씀 중 하나만 귀담아들었어도 이 난리는 피우지 않을 것이다. 무릇 정치인이 되어 국민에게 신망을 받으려면 국민을 좀 존중해줄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돌아가는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화가 치민다. 국사 교과서와 선거구 획정을 두고 벌이는 언쟁을 보면 과연 저들이 '누구를 대표하는지' 궁금해진다. 나도 명색이 변호사이니, 헌법상 그들이 국민의 대표란 걸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그들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영락없이 건달이니 어찌 내가 그들을 존중하겠는가?
솔직히 국사책 논란은 코미디다. 아직 쓰지도 않은 책을 두고 친일에다 독재미화 딱지를 붙이고 있으니 말이다. 현행 교과서가 '다양한 시각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라고 하는 건 코미디의 두 번째 꼭지다. 어딜 보아 그게 다양한 시각인 것인가? 그 코미디의 정점을 임시정부 건국설이 찍고 있다. 도대체 망명정부도 아닌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기념일로 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제헌헌법에 법통을 계승했다고 해서 임정 수립이 건국이라면 우리의 제1공화국은 상해 임정이란 것인가. 결국 문제는 대한민국을 정상국가로 보지 않고 '과도기적 임시정부'로 보는 삐딱한 사관(史觀)이다. 그게 그들의 본심이다. 거기에서 모든 논란이 시작된다.
선거구 획정 문제는 더 기가 찬다.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대 1로 허용한 선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대 1로 개정하라고 한 지 1년이 지났다. 이 당연한 결정을 두고 농어촌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비례대표가 줄어든다고 정의당이 들고 일어나니 이것 역시 코미디다. 야당은 기껏 꾀를 낸 것이 의원 정수를 늘리자고 한다. 웃기는 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비례대표를 줄이는 걸 바터제로 하겠다는 태도다. 하긴 더 심한 코미디는 이미 중앙선관위가 내놓았다. 선관위는 비례대표를 100명까지 늘리고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둘 다 입후보할 수 있는 석패율제 도입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면 참 희한한 의회가 될 것이다. 세상에 선관위가 선거구 획정도 아닌 선거제도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나? 주제넘어도 한참 넘은 선관위의 태도를 어느 언론도 나무라지 않은 건 또 무엇인가?
소선거구제는 다수의 지지를 받는 대표를 뽑는, 이른바 '다수대표제'다. 비례대표제는 이를 보완해 소수를 대표하는 자를 의회에 보내기 위한 '소수대표제'다. 또 비례대표제는 의회에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나 국가에 필요한 경륜을 가진 사람을 넣으려는 목적도 있다. 그래서 대통령제 원류 국가인 미국은 소선거구제로만 의회를 구성한다. 내각제는 다 다르다. 영국은 다수대표제를 고집하지만 독일은 연방제의 특성상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비례대표를 두는 것인가? 지금까지 비례대표는 정치부패의 원인이었다. 민주화 시기에 비례대표를 사고판 것은 눈감아 줄 수 있다 치자. 지금 비례대표는 정당의 보스들이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도구로 쓰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김정일을 장군님으로 부른 자가 의원이 되었다. 청년대표라면서 막말을 자랑으로 여기는 '구상유취'들이 의원이 되었다.
어떻든 선거구 획정은 될 것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올 연말이면 현행 선거구는 전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발칙한 상상을 한다. 국사책이든 선거구 획정이든 이왕 붙은 싸움을 좀 치열하게 하라. 당신들에게는 국가의 미래나 다음 세대는 안중에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제발 올 연말만 넘겨라. 그러면 국회를 없앨 명분이 생긴다. 대한민국의 저 꼬락서니 사나운 정치인들은 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의회는 없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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