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달 14~23일 유럽 투자 유치 출장을 다녀왔다. 진영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 등과 함께한 이번 유럽 출장은 대구 미래산업 전략 구상을 위해서다. 대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은 과연 무엇일까. '전기차'(EV'Electric Vehicle), '첨단 산업용 로봇', '스마트 시티' 3가지다. 대구가 가진 중소 제조업 기반의 장점을 살리면서 ICT를 접목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권 시장 일행과 이번 유럽 출장 일정을 동행하며 대구 미래산업에 대한 전략을 함께 짚어본다.
◆르노, 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오전 파리 시내. 개선문 앞 도롯가에는 전기차 충전시설 5대가 일렬로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1m 높이의 충전 지주대마다 주유기를 연상시키는 충전기가 달려 있었고, 그 옆에는 충전 정산기가 서 있었다. 충전기에는 '사용 가능'을 뜻하는 녹색 불과 '충전 중'을 뜻하는 빨간 불이 켜져 있었다. 현지 관계자는 "1회 충전에 5, 6시간 걸리는데, 누구나 소정의 이용료만 내면 공용 주차장 이용 무료 등 혜택을 받는다. 파리 시내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충전 시설은 파리에만 1천여 개가 설치돼 있다고 했다.
전기차는 가솔린, 디젤 같은 화석 연료가 아니라 배터리에 축적된 전기로 모터를 회전시켜서 구동에너지를 얻는 자동차다. 가까운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전기차 시대는 아이폰이 하루아침에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듯 어느 날 갑자기 도래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기차 시대의 개막은 전통 자동차 (부품)산업의 종말을 의미한다.
19일 유럽 최대 전기차 생산 기업인 르노차 본사를 방문했다. 귀욤 베르띠에 르노 전기차 총괄장은 "전기차가 미래형 자동차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르노에서 시판 중인 4종의 전기차를 소개했다. 1회 충전에 50~70㎞를 달리는 미니 전기차 '트위지'(Twizy)부터 130~170㎞ 주행하는 '조'(ZOE)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와 싱가포르 등에서 택시로 이용되는 5인승 세단의 SM3ZE는 일반 승용차 외관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했다.
베르띠에 총괄장은 전기차 택시의 도입 숙제를 묻는 권 시장의 질문에 "르노는 테슬라 전기차보다 충전시간이 짧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다만 전기차 택시 경우 충전소 개수를 감안해 구간별로 나눠서 운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전기차 시대가 10년 안에 오겠는가'라는 질문에 "2011년 르노와 닛산이 EV시장에 진출할 때만 해도 첫 시도였다. 4년이 지난 지금, 전기차 개발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이 있는가?"라며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라는 도전에 직면한 대구의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도 했다.
이날 권 시장은 르노차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르노차 투자협약서에는 ▷르노차는 대구지역 전기차 관련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대구지역 자동차 부품기업 및 협력업체의 생산 제품 사용에 적극 노력할 것 ▷대구시는 르노차와 르노삼성자동차가 생산'판매하는 전기택시 등 전기자동차 도입에 적극 협력할 것 ▷대구시와 르노차는 지능형 자동차산업 기술 혁신 분야 발굴과 자동차 산업의 육성 발전을 위해 상호협력할 것 등 세 가지 내용을 담았다.
권 시장은 "대구시는 내년에 전기택시 100대 도입을 추진 중이다. 충전 인프라 확대 등 과제가 많겠지만, 대구의 전기차 산업은 시작만 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번 협약은 르노가 대구에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 전기차 산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했다.
◆다쏘, 자율주행차의 미래
권 시장은 19일 세계적인 3D 프로그래밍 및 시뮬레이션 기업인 프랑스 다쏘시스템 본사를 방문, '커넥티드 카'(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자율차는 전기차와 함께 미래형 자동차의 대표로 꼽힌다. 자율차 연료로 전기를 쓴다면 전기 자율차가 되므로, 이 2가지는 별개가 아니다. 다쏘시스템은 이미 무인자율형 자동차 개발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도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리비에 사팡 다쏘시스템 부사장은 "전기차 시대가 오면 자동차 산업은 수직구조에서 수평구조로 바뀌고 각각의 부품만 조립하면 차가 완성되는 공장이 없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자율차는 규제 때문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기차는 최근 폭스바겐 사태 등을 감안하면 더 빨리 상용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회장은 "대구시와 자동차뿐 아니라 과학기술 기반의 다양한 분야에서 충분히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현재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주축으로 한 자율주행차 컨소시엄 구성을 준비 중이다.
권 시장은 "르노, 다쏘 등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미래형 자동차 시대를 대비하고, 전기차 사업을 대구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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