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외동아들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입니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들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여러 번 듣지 않고, 친구들을 자주 때린다는 연락을 받고 몹시 당황스러워 상담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엄마 말을 아주 잘 듣는 착한 아들인데, 학교에서는 반대로 과격하게 행동하며, 심지어 수업을 방해한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집에서 하는 행동과 학교에서 하는 행동이 전혀 다를 수가 있습니까. 저는 학교에서 그렇게 비협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리라고는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학교와 가정생활이 다른 우리 아이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사례에서 아동의 문제행동은 아동의 마음과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임을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사례의 아동은 부모의 맞벌이로 출생 후 초등학교 입학 바로 전까지 7년 동안 친할머니 댁에서 양육되었습니다. 지금은 부모와 함께 지내지만 다들 일을 하시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이 학원 저 학원에 다니면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동은 부모와 함께 지내지만, 간호사라는 어머니 직업의 특성상 출근시간이 매번 바뀌는 경우가 많아,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아동이 직장에 나가려는 엄마에게 떼를 쓰면서 매달렸는데, 엄마는 이렇게 행동하면 할머니 댁에 다시 보낸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 후 할머니 집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아동은 엄마의 말을 잘 들었다고 합니다. 태어나서 7년 동안 부모와 떨어져서 지낸 아동은 부모와 안정된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할머니의 엄격한 양육으로 부모와 할머니에 대한 분노가 내면에 쌓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부모와 할머니에 대한 그 분노가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대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어른들의 따뜻한 수용을 경험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인내심이 없고, 즉흥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려고 하면서 공격성을 표출하게 되어 학교생활에 있어서는 부적응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또래 교우 관계에 있어서도 원만한 관계 형성을 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엄마가 언제든 자신을 다시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집에서는 말 잘 듣는 거짓된 자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경우 아동의 내적인 분노를 안전하게 표출하고 정화하도록 해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게 해야 합니다. 또한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에너지를 분출하게 하여 공격적 성향을 감소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아동이 어린 나이인 경우 언어 상담과 병행하여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자신의 느낌과 경험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도록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이 사례의 아동은 미술활동에 흥미를 보여 다양한 미술재료를 제공하여 표현하도록 함으로써, 정서적인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사회적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했습니다.
안전하고 보호적 환경 속에서 아동이 자유롭게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색하는 일은 억압된 부분을 재통합하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아동의 주도성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미술활동에서 나타나는 색채나 그림의 상징성은 고유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아동을 깊이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례 아동은 항상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나를 두고 나갔어. 이제 나는 어떻게 하지. 나는 혼자 살 수 없는데 엄마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는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고립감과 절망감을 느낀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아빠와 엄마랑 함께 하지 못해 정서적인 안정을 못 하는데, '말을 듣지 않으면, 할머니한테 보낸다'고 하니 보이지 않는 아이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됩니다.
상담 장면에서 엄마와 미술 작업을 함께 하도록 하여 안정된 애착을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아동에게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엄마에게는 아동 행동의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알게 되어 부모와 자녀 관계를 개선하는 데 유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아동은 부모와 함께 즐겁게 놀고, 감성을 공유하는 놀이를 많이 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부모로부터의 '따뜻한 수용'을 경험하지 못한 사례 아동에게 감정 표출을 위한 자유화 그리기, 충동성 감소를 위한 만다라 도형 색칠하기, 만족감과 자기 존중감을 증진하기 위한 얼굴 그리기나 신체상 본뜨기 등의 활동들을 진행하면서 학교에서 보이던 과격한 행동의 빈도가 줄어들었고, 자신의 주장을 말로 표현하는 변화를 보였습니다.
아동들의 정서 치료에 미술활동은 전문적 치료 장면뿐만 아니라 예방적 차원에서도 많이 활용될 수 있는 매체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릴레이 그림 그리기나 신체 본뜨기 활동 등을 통해 자유롭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례 아동처럼 상담 과정에서 어릴 때 받지 못한 엄마의 애정을 갈구하는 퇴행적 행동들을 보여 주변인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억압된 정서를 해소하여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발돋움이므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동기는 어느 시기보다도 교정의 효과가 큰 시기입니다. 그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고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아동의 문제행동을 비난하기보다는 민감하게 아동의 행동이 말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꼭 미술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정서적 치료에는 음악도 좋으며, 함께 운동을 즐기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정 여유가 없다면,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게임을 하거나, 단순한 놀이를 하는 것도 자녀들에게는 더없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게 됩니다. 정서적 안정감이 충만할수록, 학교에서도 퇴행적 행동은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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