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일의 생각] 처음 한두 번의 함정 "첫 한두 번 성공했으니, 또 되겠죠?"

첫 한두 번의 성공이 가져다준 유혹의 결과는 쓰라린 패배다. 요행으로 한두 번 성공한 것이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는 대결이나 경기(게임, 내기 등)에서는 냉엄하고 처참한 현실을 알려준다. 세상 그 어떤 일도 단숨에 잘 되는 법이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련 속에 한 단계씩 성장하는 것이 전문 세계의 철칙이다. 전문 직업의 세계뿐 아니라 생활 속 스포츠나 게임도 마찬가지다. 왜 '타짜'가 나오겠는가. 노름만 하더라도 고수의 세계는 따로 있는 법이다. 고수들은 초짜를 상대로 '처음 한두 번의 함정'을 이용하기도 한다. 내가 경험한 첫 한두 번의 유혹 3가지 사례를 전한다.

#1. 초보 골퍼의 용감한 도전

지인 중에 용감한 초보 골퍼가 있다. 골프채를 잡은 지 이제 3개월인데 도전 정신이 하늘을 찌른다. 보름 전에는 스크린 골프에서 6년째 골프를 친 기자(평균 90∼95타)에게 도전해 2타 차이(92타 VS 94타)로 이기기도 했다. 이어 필드 골프 도전이 이어졌다. 자신만만했다. 타당 3천원(배판은 5천원) 내기 제안에 '지갑이나 두둑이 하고 오라'며 스스럼없이 '콜'을 했다. 물론 10타 핸디를 줬지만, 기자는 이 초보 골퍼에게 코피를 내줬다. 10만원 가까이 따서 2만원만 빼고 다 돌려줬다. 이후 건방진 도전은 잠잠해졌다.

#2. 논산훈련소, 돌멩이 슛 골인

20여 년 전 일이다. 논산훈련소 담벼락에서 훈련병들이 대기하고 있을 때였다. 심심해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담벼락 사이 구멍으로 튕겼다. 정확하게 골인됐다. 튕긴 나도 놀랐는데 이를 본 옆 훈련병은 얼마나 신기했을까. 그래서 '한 번만 더 튕겨보자!'며 돌멩이 하나를 더 잡았다. 아무 생각 없이 튕겼는데 거짓말처럼 또 구멍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둘은 서로 쳐다보며 놀랐다. 그리고 그 훈련병은 '너 정말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며칠 뒤 그 담벼락에서 작은 돌멩이 10개를 튕겼지만 하나도 골인시키지 못했다.

#3. 노름판의 유혹과 함정

'아무것도 모를 때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고스톱, 훌라, 포커 등 보통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즐기는 노름에서 신출내기들이 큰돈을 따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마추어에서는 제법 고수 반열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패를 꺼내 들어 전체 판에서 고수들의 전략을 무력화시키며 독주하는 경우다.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다음 판에서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경우가 반드시 생겨난다. 고수들이 가만히 앉아 떡 먹으며 그 반열에 올랐겠는가. 노름판도 확률 게임이다. 수십 판 계속되면 판돈은 고수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위 3가지 사례에서 보듯 세상만사 그렇다. 요행수로 첫 한두 번 성공했다고 좋아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어떤 일이든 하루아침에 잘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와 시련, 고통 속에 성장함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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