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국내 거주 무슬림들이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 확산 우려에 떨고 있다.
18일 대구의 '외국인 문화거리'로 불리는 북부정류장 앞에서 만난 무슬림들은 저마다 이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하피시(44) 씨는 며칠 전 의정부로 가는 버스에서 이슬람식 복장을 입은 자신에게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걸 느꼈다. 하피시 씨는 "버스 안 TV에서 테러 뉴스가 계속 나왔고 몇몇 승객은 뒤를 돌아보거나 힐끗거리는 시선에 버스 타는 내내 힘겨웠다"고 털어놨다.
한 식료품점에서 만난 다른 무슬림 이주 노동자 역시 "버스 안에서 옆에 앉은 아저씨가 혼잣말로 '테러범들이 다 죽어야 한다'고 웅얼거렸다"며 "나 역시 테러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아팠는데 모든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범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인 라쉬드 마하무드(30) 씨는 이번 프랑스 테러로 인해 국내 이주 노동자에 대한 규율이 엄격해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마하무드 씨는 "3개월 전에 일자리를 구하러 한국에 왔는데 아직 일을 못 구했다. 그런 와중에 테러가 발생해 그 불똥이 무슬림에게 튈까 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테러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배려와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부정류장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47) 씨는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지만 이런 문제가 생기면 아무래도 외국인 차별이 더 심해지고, 국내 거주 외국인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유모(38) 씨도 "한국도 테러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늘어나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에 대한 신중하고 배려 담긴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용 다문화전문강사는 "우리나라도 이제 외국인 체류자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가 됐는데 아직 인식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 특히 종교적, 인종적인 문제로 멀리하다 보면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외국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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