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27세의 나이로 서울에서 포도 마을인 상주 모동면 정양리로 귀농한 박종관(44) 씨는 올해 귀농 17년차다. 20대에 귀농한 박 씨는 경북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최연소 사례로 꼽힌다. 더욱 놀라운 것은 3년 전인 41세의 나이로 상주 최연소 이장이 된 것. 마을 토박이가 아닌 귀농인이 이장으로 추대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현재 유기농 포도단지인 '향유네'를 가꾸는 등 포도 박사로 불린다. 상주귀농귀촌정보센터 운영위원도 맡아 예비 귀농인들을 위한 강의에도 나서는 등 '귀농 멘토'로 맹활약하고 있다.
박 씨의 활약은 40가구에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던 이 마을에 하나 둘 젊은 귀농인이 몰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 젊은 귀농인들이 들어와 지금은 60가구가 됐다. 고령화로 침체돼 있는 마을에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 2011년 상주시 모동면 지장마을로 귀농한 최윤성'박환순(47) 씨 부부. 남편 최 씨는 포도농사를 짓고, 아내 박 씨는 체험마을 사무장을 맡아 도시민 체험과 주민 공동체 생활을 이끌고 있다. 외부인이 이 마을에 들어온 것은 최 씨 부부가 처음이다. 이후 40대 귀농 부부 2가구가 이들을 뒤따르면서 마을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포도농사만 짓던 이 마을은 최 씨 부부의 제안으로 포도일 외에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작물로 시래기와 곶감을 선택해 냉동창고와 건조장을 새로 건립했다. 이것을 매개로 마을 특산품인 포도와 복숭아 곶감 등도 연계해서 도시민들에게 판매해 마을전체 소득을 엄청나게 향상시키고 있다.
최 씨 부부는 초보 귀농인들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통한 당부의 말을 전한다. "귀농을 하는 것은 집성촌에 시집을 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시댁에서 사랑받으려면 자기를 끊임없이 낮추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생각이나 마음이 모두 건강한 농부가족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 1990년 상주로 귀농한 박오식(62) 씨는 25년간 친환경 고품질 상주배 생산에 전력을 다해 왔다. 귀농 10년이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산마을과수연구회 대표를 맡아 회원들과 귀농인들에게 친환경기술을 보급한 결과, 상주의 유기농 배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국제 유기농인증(IFOAM)을 획득해 국내뿐 아니라 수출에도 큰 성과를 나타내는 등 상주배의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도 받고 있다. 박 씨는 지난 11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제20회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친환경농업분야 유공자로 대통령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그는 초보 귀농인들에게 "본인만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넘쳐나는 귀농 성공사례와 귀농 멘토들
자타가 공인하는 귀농'귀촌 1번지인 상주에는 귀농 성공사례와 우수한 귀농 멘토 자원도 넘쳐나고 있다. 이들은 초보 귀농인들에게 상주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있는 주역들이다.
상주는 포도'오이'블루베리'곶감 등 전국 1위와 경북 1위 타이틀을 14개나 가진 고수익 스타 농산물이 즐비하다. 상주로 귀농하면 억대 농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농사짓기 좋은 날씨와 저렴한 가격에 오염 안 된 농토, 사통팔달 교통망은 최고의 강점이다. 또 앞선 정책적 지원과 귀농인-지역민 간 융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상주시의 노력 등은 귀농'귀촌 1번지 상주의 비결로 꼽힌다.
이런 장점과 더불어 초보 귀농인들의 바로미터가 될 만한 귀농 성공사례와 우수한 귀농 멘토들이 즐비하다는 점은 "웬만해선 상주 귀농이 실패하지 않는다"는 '상주 귀농 불패'의 실질적인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주의 귀농 멘토들은 농사기술 전파는 물론 농촌생활 전반에 걸쳐 도움을 주는 '생활형 멘토'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농촌의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데 도움을 주고 정기적인 만남과 교제를 통해 농촌사회에 뿌리 깊게 정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실제 상주지역에서는 귀농 실패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상주시 관계자는 "초보 귀농인들은 낯선 귀농지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이미 적응에 성공한 귀농인들의 답습 효과는 두려움을 해소해 주고 확실한 길잡이 역할까지 하는 등 귀농 성공 분위기를 형성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주시의 체계적인 귀농 시스템
상주시도 귀농 멘토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멘토링(멘티-멘토) 시스템 체계' 구축을 통해 선배 귀농인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 농촌 후계 인력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예비 귀농인들을 위해 분야별 컨설팅을 하고, 선배 귀농인 롤모델 43명을 별도로 선정해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다.
또 상주만의 훌륭한 농업 인프라와 억대 농업인 양성 노하우, 풍부한 귀농정책 정보 등도 어우러져 전국의 귀농인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농업전문가인 이정백 상주시장은 "귀농'귀촌 성공으로 부족한 영농 인력을 대체하고, 특히 40대 젊은 귀농'귀촌 농업인들의 다양한 재능을 적극 발굴해 상주농업 미래의 주춧돌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농업의 중심지이자 귀농'귀촌 1번지인 상주에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이 이전할 경우 귀농'귀촌인이 더욱 몰리면서 농업발전이 경북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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