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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해피 '버스'데이] <9>앞선 버스 정책을 찾아서

친환경 전기버스·빠른 간선급행·편리한 행복버스 장점 배워라

전기버스를 도입한 포항과 구미의 사례는 소음과 매연 냄새 없는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신문 DB
전기버스를 도입한 포항과 구미의 사례는 소음과 매연 냄새 없는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신문 DB
구미 전기버스의 내부. 매일신문 DB
구미 전기버스의 내부. 매일신문 DB

대구시는 올해 5월 준공영제 혁신안을 마련하고, 8월에는 버스 노선 개편을 단행했다. 모두 9년 만의 대수술이었고, 그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추가할 만한 더 좋은 정책이 없을까? 대구 버스 정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선 각자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고, 외국에도 눈에 띄는 정책이 많다. 과연 국내'외에 배울 만한 버스 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전기버스 앞서 도입, 포항과 구미

대구시는 혁신안을 통해 운송원가를 표준화해 낭비를 줄이고 버스업체 사이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모여 대중교통활성화포럼도 출범하고, 수요응답형 교통과 노선 입찰제, 하이브리드 저상버스 도입, 공영차고지 마련 등 준공영제를 저비용 고효율로 바꾸기 위해 나섰다.

이 같은 대구의 혁신 노력의 성공 여부는 내실을 어떻게 다지느냐에 달렸고, 이는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전기버스를 도입한 포항과 구미의 사례는 하이브리드(전기+CNG) 버스를 도입하려는 대구가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이 두 지자체의 전기버스는 조용하고 매연 냄새 없는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포항은 2012년 국토교통부의 전기버스 시범도시로 선정, 2013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무인 배터리 자동교환 전기버스를 도입했다. 버스 상부에 배터리가 있어서 운행하다 방전되면 승강장에 정차, 다른 배터리로 자동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행됐다. 정지한 상태에서 장시간 충전(20~30분)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차량은 모두 3대가 투입됐고, 노선은 23㎞와 19㎞ 등 2개(하루 4회)를 운행했다. 앞으로 2019년까지 55대의 전기버스를 도입해 포항 지역 시내버스 전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구미 역시 국토부의 시범사업에 선정돼 2013년 7월부터 12월까지 무선충전 전기버스를 시범 운행했다. 운행하면서 실시간 무선충전이 가능해 충전시설이나 대기시간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2대의 저상버스가 1개 노선(구미역~인동, 24㎞)을 하루 10회 운행했다. 현재는 시내버스 7번을 달고 하루 12차례 운행하고 있다. 무공해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구미를 벤치마킹하려는 관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무선충전 전기버스를 연차적으로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간선 급행'과 '수요응답형 교통'의 선배

노선 개편에서 급행버스 기능을 강화한 대구는 특히 세종시의 간선급행버스(BRT)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BRT는 '땅 위의 지하철'이라 불릴 만큼 시민의 발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BRT는 2012년 9월 시범운행을 거쳐 2013년 4월 15일부터 정식 운행에 들어갔고, 이후 세종시의 핵심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주황색인 BRT는 도착정보시스템과 버스우선신호체계, 환승터미널 등 기존 버스보다 정시성과 신속성 등이 향상됐다. 이를 위해 도로 중앙에 왕복 2차로의 전용차로를 확보하고 다른 차량이 들어올 수 없도록 분리대를 설치했다. KTX 오송역~세종시~대전 도시철도 반석역 구간 31.2㎞를 운행하며, 평일 오후 기준으로 12분 간격으로 오간다. 편도 구간을 약 30~40분에 주파할 정도로 빠르다.

충남 당진시의 '해나루 행복버스'는 수요응답형 교통(DRT)으로, 올해 3월부터 시범운행하고 있다. 버스와 택시의 장점을 결합한 행복버스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오지 주민을 위해 도입됐다. 주민이 1시간 전에 전화로 사전 예약하면 집 앞이나 전용승강장에서 행복버스를 탈 수 있다. 주민들은 이를 타고 노선버스 운행이 많은 곳까지 간다. 요금은 현금은 1천300원이고 전용승차권을 구입하면 1천200원이다. 운행 초기만 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용이 뜸했지만 요즘은 하루 20차례 이상 운행한다. 행복버스가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노선버스를 기다리거나 갈아타는 시간을 줄이고 택시보다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비용 줄이고 효율 높인 경영혁신

대구 시내버스의 운송비용(인건비'연료비 등)은 늘지만, 운송수입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쌓이는 적자로 인해 매년 시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1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경영 개선 없이는 버스의 미래가 없는 것이다.

서울 역시 연간 운송비용(약 1조5천억원) 중 연료비가 20%나 되기 때문에, 연료비 절감을 통한 경영 개선이 절실했다. 이에 서울은 버스연료절감장치를 통해 연비를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8월부터 사업을 추진해 수동변속인 CNG버스 4천여 대에 연료절감장치를 장착했다. 연료절감장치는 기계나 액체첨가제를 활용해 연비를 높이는 것을 말하는데, 서울의 경우 운전자에게 기어변속 시점을 알려주는 '변속지시기'와 '냉각팬 자동 전자제어기'로 구성돼 있다.

변속지시기는 버스 속도와 운전상태를 감지하고 변속 전'후의 엔진효율을 계산해 최적의 변속시점을 알려준다. 냉각제어기는 변속지시기에서 무선통신으로 명령을 받아 냉각팬을 작동시켜 열손실과 엔진마찰을 최소화하는 장치다. 서울은 이를 통해 월평균 7~16%의 연료절감과 18%의 연비향상(2.06→2.44㎞/㎥) 효과를 얻었다.

대전시는 시내버스 타이어를 공동으로 구매함으로써 비용을 절약했다. 대전은 올해 13개 시내버스 업체의 타이어를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지난해 업체 평균 구입가보다 2억3천만원이 적은 11억5천만원에 구입했다. 대전의 시내버스 업체들은 그동안 필요한 타이어를 업체별로 따로 사들였지만 올해부터 경쟁 입찰을 통해 공동구매로 전환, 비용절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대구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효율보다 비용 부담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기계나 장치는 섣불리 도입하기 어렵다"며 "지역 여건에 맞는지 면밀히 검토해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의 정책 도입 의지뿐만 아니라 버스업계의 자체 경영 개선 노력도 함께 따라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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