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매일 매순간 과거는 현재의 것이 되곤 했다. 이런 식으로 당이 예언한 모든 것들은 문서상으로 증명되고, 그때그때의 필요에 맞지 않는 기사나 의견은 기록에서 영구히 삭제되었다. 말하자면 모든 역사는 필요에 따라 깨끗이 지우고 고쳐 쓰는 양피지 위의 글씨와도 같은 것이었다. 일단 그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어떤 경우에도 거기에 허위가 섞여 있다고 주장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었다.(조지 오웰의 '1984' 중에서)
'1984'를 다 읽어보지 않았어도 '빅브라더'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빅브라더는 '1984'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당의 지도자를 상징하는 존재이다. '1984'의 도시 이곳저곳에 빅브라더의 포스터가 붙어 있어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고 을러대고 있다. 집집마다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은 자신이 내는 소리가 모두 도청당하고 동작 하나하나까지 감시당하고 있다. 그래서 주로 'CCTV 설치는 인권침해인가' 하는 류의 토론에서 언급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곤 하는 작품이다.
'1984'는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쓴 일종의 SF 소설이다. 조지 오웰이 그려낸 부정적이고 암울한 미래 세계이다. 윈스턴의 연인 줄리아는 당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 이상 당에서 무엇을 하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윈스턴과 줄리아가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의 전쟁 상대국이 유라시아인지 동아시아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이래저래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뉴스는 그 내용이 어떻든 모두 거짓말일 뿐인데요." 줄리아는 과거도, 현재도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의 슬로건은 말한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1984'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다. 1984년 통치자는 신격화되고, 개인 생활은 감시당한다. 역사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입맛에 맞게 고쳐지고, 당이 '2+2=5'라고 하면 진실로 믿어야 하는 미래 세계다. 전체주의를 비판하고 있어 로크, 밀, 롤스와 같은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한 철학자들의 작품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같은 대한민국 헌법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이다.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줄리아의 태도는 합리적인 것인지, 역사를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토론해볼 수도 있다. 덤으로 어려워 보이고 유명한 책을 읽었다는 사실도 자랑해보자. '1984'는 손에 들고 있기만 해도 지적으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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