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흥기 맞은 대구경북 고교야구] <5·끝> 대구 상원고

청룡 품은 저력…올 고교 야구 두 차례 왕좌

제7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구 상원고교 야구부원들이 19일 상원고에서 열린 환영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제7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구 상원고교 야구부원들이 19일 상원고에서 열린 환영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상원고는 올해 고교 야구에서 유일하게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3월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에 이어 이달 16일 막을 내린 청룡기에서 다시 우승컵을 안았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른 6월 황금사자기마저 제패했더라면 3관왕에 오를 뻔했다.

사실, 상원고는 지역 고교 야구의 침체기에도 전통의 강호로서 명맥을 이어왔다. 2011년 청룡기'전국체전에서 연거푸 정상에 오르는 등 여러 대회에서 '야도' 대구경북의 체면을 지켰다. 2007년부터 모교를 이끌고 있는 박영진(57) 감독은 "힘든 훈련을 불평불만 없이 소화해준 선수들 덕분"이라며 겸손해했다.

상원고는 투타 모두 안정적인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전국 대회 8강 팀, 각 시'도 협회 추천 팀 등 모두 23팀이 출전한 청룡기의 경우 8강'4강전에서 서울고와 부산고를 잇따라 콜드게임으로 제압한 뒤 결승에서 7월 대통령배 준우승팀인 성남고를 12대2로 대파했다.

올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박 감독이지만 내년 목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냉정하게 볼 때 4강권 전력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투타의 핵심인 3학년 선수 9명이 졸업하는 영향이 크다. 이들 가운데 청룡기 최우수선수(MVP)인 투수 전상현이 KIA의 지명을 받은 것을 비롯해 이석훈(롯데), 황경태(두산), 이동훈(한화)은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다.

지난 8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팀 코치로 참가하기도 했던 박 감독은 내년 승부수로는 조직력을 꼽았다. 팀 내에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덕분이다. 그는 "클린업 트리오로 내정한 권순덕'최석호'박민호뿐만 아니라 신입생 중에도 야구 센스가 뛰어난 타자가 많다"며 "마운드에서는 우완 이진석, 좌완 신준영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역 고교 야구의 대표 주자답게 상원고 동문의 열정적인 야구 사랑은 유명하다. 고(故) 장효조 전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이 초대 회장을 역임한 후원 모임 'DBL'(대상 베이스볼 러버스) 회원들은 청룡기가 끝나자마자 우승 축하 골프대회를 열고 후배들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했다. 김시진 전 롯데 감독에 이어 이만수 전 SK 감독이 이끄는 이 모임은 실내 타격연습장, 야간 조명시설 등도 지원한 바 있다.

상원고의 교내 야구 인프라는 조만간 더 확충된다. 야구장 옆에 짓고 있는 3층 건물은 피칭연습장, 헬스장에다 원정팀 숙소까지 갖춘다. 또 선수들의 부상 예방 등을 위해 트레이너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아직 교내 야구장에 인조잔디가 깔리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구경북 고교 야구팀 감독 가운데 최연장자인 박 감독은 올해 지역팀들의 좋은 성적을 계기로 고교 야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기를 기대했다. 아마추어 야구가 살아나야 프로 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저도 삼성에서 선수와 프론트로 뛰었지만 프로 야구에만 팬이 몰리는 세태는 너무 안타깝다"며 "예전처럼 꽉 찬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청소년 선수들이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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