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보경사와 운제산 오어사는 포항을 대표하는 명산, 명 사찰이다. 산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사찰 역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내연산과 12폭포
아름다운 사찰 보경사를 품고 있는 내연산(710m)은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산리에 자리 잡은 산으로, 빼어난 풍광으로 인해 예로부터 명승지로 소문이 난 곳이다.
내연산은 평일과 주말 구분없이 등산객들이 즐겨 오르는 산이다. 개성이 넘치는 12폭포와 천혜의 절경 기암괴석이 내연산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옛 문헌에 의하면 내연산은 원래 종남산(終南山)이라고 불렀다. 신라 진평왕이 이곳으로 견훤의 난리를 피한 이후 내연산(內延山)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진평왕과 견훤은 같은 시대 사람이 아니어서 신빙성이 없다.
내연산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배경에는 바로 폭포가 있기 때문이다.
보경사에서 위쪽으로 약 2㎞ 계곡까지 12개의 폭포가 연이어져 있다. 폭포수의 높이는 각각 5~30m에 이른다. 절에서 1.5㎞ 떨어진 지점에 있는 제1폭포인 쌍생(상생) 폭포를 비롯해 삼보'보연'잠용'무풍'관음'연산'은'시명 등의 제9폭포까지 있으며, 제10~12폭포는 제1~3복호 폭포라고도 한다.
제10폭포부터는 제9폭포에서 1㎞ 상류 쪽으로 더 올라간 지점에 있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계곡의 기암절벽을 따라 12개의 폭포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웅장한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며, 떨어지는 폭포 소리는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다. 신선이 살았다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특히 내연산 폭포를 명승지로 전국에 알린 것은 유명인들의 글과 그림이 큰 역할을 했다. 조선 중엽의 성리학자인 우담 정시한(1625~1707)이 1686년부터 1688년에 전국의 산천을 유람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일기인 '산중일기'에 내연산 탐승 기록이 나오는데, 이 글에서 그는 내연산 폭포의 아름다움을 잘 묘사했다.
이와 함께 그림으로 내연산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한 사람은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이다. 정선은 내연산의 비경을 가장 잘 묘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겸재 정선의 내연산
정선은 58세 때인 영조 9년(1733년) 이른 봄부터 1735년 5월까지 2년 남짓 청하현감을 지냈다. 지금의 송라는 당시에 청하현에 속해 있었다.
재임 기간 그는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 내연산폭포도(內延山瀑布圖), 고사의송관란도(高士倚松觀瀾圖)' 등 내연산 폭포를 소재로 5점의 그림을 그렸다.
전국의 명승을 찾아다니며 화폭에 담았던 정선이 내연산 폭포를 직접 답사하고, 이를 소재로 몇 점의 그림을 남김으로써 내연산 폭포는 비로소 전국적 명승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청하에서 겸재는 화업에 열중했다. 외직으로 나오게 되면 그리운 사람들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도 있지만, 그 적적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위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절호의 계기를 잡은 것이다. 겸재는 바로 청하현감시절에 '내연삼용추' '금강전도' 같은 명작을 그리며 사실상 겸재의 진경산수화풍을 완성했다. 특히 이 그림들은 조선시대 회화로는 보기 드문 대작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연산은 겸재의 화력에서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겸재는 재임 중인 1733년 '교남명승첩'(嶠南名勝帖) 상'하권을 냈다. 여기에는 내연삼용추를 비롯해 청하 지역은 물론 문경, 안동 등 58개 지역의 명승고적을 담은 주옥같은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겸재는 현감으로 재직하는 동안 '청하성읍도' '내연삼용추도1, 2' '내연산폭포' '고사의송관란도' 등 청하의 명승을 소재로 5점 정도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선은 금강산과 영남지방 및 서울 근교 일대를 다니면서 산천의 특색을 남종화법을 토대로 표현, 새로운 화격을 이룩함으로써 전통 실경산수화의 면모를 일신하고, 진경산수화풍의 정형을 수립했다. 그의 진경화풍은 기존화법과 남종화법을 우리 산천의 형상에 어울리는 필법으로 소화해낸 것으로, 실경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회화적 재구성을 통해 경관에서 받은 정취를 감동적으로 구현했다는 데 큰 특색이 있다.
보경사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널리 알리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년 가을 진경산수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송라면사무소 신대섭 담당은 "진경산수 화풍 발현 지인 내연산과 천년고찰 보경사의 문화적인 요소와 연계해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풍의 예술성과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이를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 2016년까지 진경산수발현지 조성사업(탐방로, 전망대, 포토존, 쉼터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경사
내연산에 살포시 자리 잡은 보경사(寶鏡寺)는 신라 진평왕 25년(603년)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대덕(大德) 지명법사(智明法師)가 창건한 고찰이다.
보경사에 따르면 지명법사는 왕에게 "동해안 명산에서 명당을 찾아 진나라에서 유학할 때 어떤 도인으로부터 받은 팔면보경(八面寶鏡)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외국의 침입을 막고 이웃나라의 침략을 받지 않으며 삼국을 통일하리라"고 했다.
이에 왕이 크게 기뻐하며, 그와 함께 동해안 북쪽 해안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해아현(海阿縣) 증남산 아래 있는 큰 못 속에 팔면경을 묻고 못을 메워 금당을 건립한 뒤 이를 보경사라고 했다. 그 뒤 고려 고종 때 원진국사를 비롯해 많은 고승들이 중창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전한다.
보경사 경내에는 원진국사비(보물 제252호)와 부도(보물 제430호), 서운암동종(보물 제11-1호), 괘불탱(보물 제1609호) 등의 보물과 조선시대 숙종이 내연산 12폭포를 유람하고 그 풍경의 아름다움에 시를 지어 남겼다는 어필 각판이 있다.
보경사는 경북 3경의 하나로 일컫는 빼어난 주위 경관을 지니고 있으며, 사찰 주위는 울창한 송림이 우거져 있어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을 정도다.
보경사는 특정 계절과 상관없이 사시사철 아름다움이 뚝뚝 묻어나 남녀노소 구분없이 즐겨 찾는 사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보경사 입구에 줄지어 있는 향토 음식점은 내연산 등산과 보경사 탐방을 마치고 돌아올 때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맛집으로 이름나 있다. 칼국수와 손두부 한 모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운제산
운제산(雲梯山'482m)은 원효대사가 구름을 타고 다녔다는 전설이 깃든 포항의 명산이다.
또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이곳에서 함께 수도를 하면서 구름을 사다리 삼아 절벽을 넘나들어 운제산이라고 했다는 설과 신라의 제2대 왕인 남해왕(南解王)의 비 운제부인(雲帝夫人)의 성모단이 있어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가뭄이 심할 때 산 정상에 있는 대왕암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영험하다는 전설이 전한다.
운제산은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하며 원효코스, 혜공코스, 대왕암코스 등 여러 등산코스가 마련돼 있어 사시사철 연인과 가족 단위의 등산객이 많이 찾는 장소로 유명하다.
운제산 등산길에는 경주 토함산과 연결돼 포항과 경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무장산까지 이어지는 코스도 있다.
운제산 정상에는 대왕암이 있다. 해병대에서는 이를 천자봉이라고도 부른다. 해병대 신병훈련 코스의 백미인 행군이 있는데, 바로 이곳 대왕암까지 왕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병대를 나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왕암을 추억할 수밖에 없을 만큼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바위다.
운제산의 매력은 정상에서 포항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와 포항철강공단 등 포항의 발전을 이끈 원동력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등산로를 통한 손쉬운 등산, 숲 탐방, 산림욕, 오어사와 원효암, 자장암 등 사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어사
동해안을 따라 형성된 해양 관광 1번지 포항. 포항에는 신라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고즈넉한 산사가 있어 특별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남구 오천읍과 대송면에 걸쳐 있는 운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오어사(吾魚寺)는 포항을 대표하는 사찰 중 한 곳으로 재밌는 설화가 전해진다.
나 오(吾) 자와 물고기 어(魚) 자를 쓰는 오어사는 원효와 혜공선사가 이곳에서 수도를 하다 먹은 물고기를 살리는 법력을 겨루는 도중 물고기 한 마리가 거슬러 올라오자 이것을 두고 서로 자신의 물고기라 했던 데서 절의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세워진 절로 원효, 자장, 혜공, 의상 등 당대의 고승들이 수도를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며, 절 주변에 있는 원효암, 자장암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오어사의 가장 큰 매력은 절을 둘러싸고 있는 '오어지'라는 저수지로,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맑은 날이면 잔잔한 연못에 산 그림자가 그대로 비치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2009년에 포항시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연못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원효교'를 만들었는데,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오어사의 새로운 관광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다리를 건너 나오는 숲길 산책로는 짧지만 오어사와 절을 감싸고 있는 오어지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산책로를 지나 숲 속에 자리 잡은 원효암과 운제산 꼭대기 바위에 있는 자장암의 절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오어사 경내에 들어서면 한옥 형식의 오어사 유물 전시관을 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원효대사가 사용했다는 삿갓과 수저, 오어사 대웅전 상량문 등 각종 유물이 전시돼 있다.
전시된 유물 중에는 지난 1995년 오어지를 준설하다 800여 년 만에 발견된 동종(높이 92㎝, 둘레 180㎝)도 있다. 이 동종은 신라시대 양식을 계승한 고려시대의 것으로 보물 제1280호로 지정됐으며 학술적, 문화적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운제산 오어사의 사계(四季)'는 지난 2010년 호미곶 일출, 포스코 야경, 내연산 12폭포 등과 함께 '포항 12경'에도 선정된 바 있다.
참고자료: 내연산과 보경사(김희준'박창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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